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서해(황해)는 제주도와 중국 양쯔강 하구를 잇는 선의 북쪽 바다를 말한다. 이 바다는 1만2천년 전 빙하기 때만 해도 거대한 평원이었다. 한가운데는 지금의 중국 황하와 압록강 등을 지류로 하는 큰 강이 남쪽 동중국해로 흘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수천년에 걸쳐 해수면이 120m 가량 높아지면서 지금과 같은 한반도·중국의 해안선이 만들어졌다.
서해는 지구촌에서 보기 드문 천해(얕은 바다)다. 평균 깊이가 44m로, 15층 아파트 높이 정도다. 역시 천해인 유럽 북쪽의 발트해(5)보다 더 얕다. 그래서 개펄과 모래사장이 발달하고 철새가 많이 찾는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이라 어장으로도 훌륭하다. 서해 면적은 맨 위쪽 발해(보하이·4.3만㎢)를 포함해 한반도의 두 배인 44만㎢에 이른다. 발트해(43만㎢)와 터키 북쪽의 흑해(41만㎢)와 비슷하고, 러시아 남쪽의 카스피해(37만㎢)보다 조금 크다.
발트해·흑해가 그렇듯이 서해 연안에서는 예로부터 활발한 교역이 이뤄졌다. 통일신라 말기에는 장보고가 서해 무역로를 독점하고 해상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중해나 중동의 페르시아만처럼 동북아 지역을 하나로 묶는 내해 구실을 해 온 것이다. 그러다가 근대 이후 최근까지 열강들의 군용로 또는 냉전 세력의 대치선 구실을 했다. ‘서해 암흑기’라 할 만하다.
이제 서해가 옛 영화를 되찾을 날이 멀지 않았다. 이달 초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2020년이 되면 환서해권의 총물동량이 지금의 20~24배로 늘어나 한반도 서해안에 적어도 컨테이너 부두 35곳이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총리급 남북 경제협력공동위에서 논의할 북한쪽 서해 유전개발이 성과를 낸다면 ‘서해 르네상스’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임이 분명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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