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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친노’들의 길

등록 2007-10-23 17:59수정 2007-10-24 01:23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캠프 해단식? 그게 아니라, 대선필승 결의대회를 했어요.”

일요일인 지난 21일 저녁 서울 대학로 중국음식점 진아춘(進雅春) 앞에서 기자들과 마주친 이해찬 전 총리의 얼굴은 밝았다. 전날 천안 행사를 그는 ‘대선필승 결의대회’라고 설명했다. “캠프 사람들 노는 것을 보니까 선거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내가 당선됐겠더라”고 농담도 했다.

옛날 얘기로 이어졌다. “진아춘은 문리대 앞 개천 건너편에 있었어요. 술 마시고 개천에 빠지기도 했지. 그 옆에 튀김집이 있었는데 황해도 할머니가 냉면을 아주 잘했어. 학생증을 맡기고 먹기도 했는데, 그 할머니는 장차관이 된 사람들의 학생증을 자랑스럽게 보관하고 있었지.” 그는 서울대가 이 동네에 있을 때 학교를 다녔다. 사회학과 72학번이다. 정동영 후보는 국사학과 같은 학번이다.

정동영 후보가 다가왔다. 두 사람은 “아이고, 수고했어”라며 덥석 손을 마주 잡았다. 2층으로 올라갔다. 식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해찬 전 총리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이미 결심한 상태였다.

“지는 사람이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내 선거처럼 생각하고 뛰겠다. 이번 대선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정동영 후보와의 식사는 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속이 쓰릴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멋졌다.

그럼 이른바 ‘친노 세력’은 정동영 후보를 위해 뛰기로 한 것일까? 아닌 것 같다. 김형주 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의 결심을 얼마나 확산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친노’들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친노의 ‘몸통’인 노무현 대통령은 심사가 약간 꼬여 있는 것 같다. “내가 당에서 사실상 쫓겨났는데, 그렇게 할 만한 심각한 하자가 나에게 뭐가 있었는지 설명돼야 한다.” 청와대 출신 ‘친노’들의 표정도 흔쾌하지가 않다. 문국현 예비후보 쪽으로 기웃거리는 흔적도 분명히 감지된다.

왜 그럴까? 사람이라 그럴 것이다. 치열한 경쟁의 ‘뒤끝’이 없을 수 없다. 정동영 후보는 지난 5월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이라고 노 대통령을 치받은 일이 있다.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계산 탓도 있겠다. 내년 총선에서 영남 지역구를 노리는 사람들은 호남 후보를 돕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노 대통령이 좋아하는 역지사지를 할 필요가 있다. 정동영 후보의 노 대통령 비판과 탈당은 명분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는 정치인이다. ‘정치적 생존’이 필요했다. 행동에 대한 책임도 그가 지면 된다.

선거에서의 유불리도 그렇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역등권론’ 때문에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러고도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도왔다. 그는 당시 부산에서 “이번엔 화끈하게 호남 사람 밀어주자. 5년 뒤에 떳떳하게 부산 정권을 되찾아오겠다”고 했다. 그 약속은 이뤄졌다. 정치는 이렇게 대의를 따를 때 오히려 성공한다.

며칠 뒤면 노 대통령과 정 후보가 만난다. 털어 버릴 것은 터는 것이 좋겠다. 정 후보도 유시민 의원을 포함해 ‘친노’를 몽땅 끌어안아야 한다. 국민들은 노무현과 정동영, ‘친노’와 ‘친디제이’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한다. 어차피 ‘같은 편’이다. 한나라당은 ‘좌파정권 10년 타도’를 외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양 진영이 ‘본전’을 가지고 겨룰 가능성이 높다. 이념·가치·노선·정책·비전 대결이었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같은 편’끼리 토닥토닥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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