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생각함 / 우석훈

등록 2007-10-31 18:33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오해를 피하고자 미리 언급을 하면 나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표했지만, 행정수도 건설에는 반대했다. 정책적으로는 수도권 분산 정책을 지지하고, 비대해진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한다거나, 혹은 조금 더 극단적으로 서울을 3∼4개의 자치단위로 아예 분할하는 것에도 찬성하는 편이다. 노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한다. 청계고가 철거에는 찬성하지만, 현재와 같은 인공 청계하천에 반대하고, 동대문운동장 존치를 지지한다. 완벽하게 일관된 입장은 아닐지라도, 국토생태와 국민경제의 조화 속에서 지식경제와 문화경제가 융성하게 되는 상황을 기원하는 편이고, 무엇보다 다음 세대의 삶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편이다.

이 정도가 경제학자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이라고 할 때, 지금의 한 개의 행정복합도시와 10개의 혁신도시라는 틀은 아주 이상하다. 물론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생겨난 데에는 위헌 결정이 개입하게 되었지만, 좀더 근본적으로는 지나친 정치주의 그리고 노무현 시대를 지배했던 야릇한 신개발주의라는 요소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표로 환원해서 생각하려 했고, 국가의 돈을 어떤 형태로든 지출하는 것이 모두 소비 진작이지만 건설 이외에는 대체적으로 낭비라고 생각하는 케인스 우파의 생각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이런 공사 과정 중에 실제 보상금이 3분의 1 이상 비싸지고, 결국은 몇 번에 걸쳐서 설계 변경을 하게 되는 지금까지의 전례를 통해 생각해 보면, 노무현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너무 많은 국가 토목사업을 계획해 놓았다. 기업도시는 물론이고 수많은 명분의 도시들까지 포함하면, 다음 정부에선 현 정부에서 계획된 도시를 만들다 보면 남는 예산이 없을 정도일 것 같다. 물론 이것이 적절하다면 해도 괜찮지만, 현재로서는 너무 위태하다. 국회와 행정부,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청와대가 전부 따로따로 입지하고, 게다가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을 열 개의 도시에 흩어놓고도 중앙정부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아마 누가 생각해도 평범한 정부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게다가 이 막대한 비용을 메우기 위해 기관들이 이전한 땅은 민간매각을 하게 되는데, 이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사람은 현재로서는 주상복합아파트의 건축자밖에는 없다. 삼성동의 한전 본사는 이미 평당 1억원을 웃돈다고 하는데, 이 자리에 또 100층 이상이 될지도 모를 기형적인 아파트가 들어서면 어떻게 될지 아찔하기만 하다. 현재의 정부청사는 물론이고, 공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외교부가 사용하는 신청사 역시 결국 허물고 그 자리에 변양균 전 정책실장이 살았던 걸로 유명해진 고급 오피스텔이 들어설 것을 전제하면, 도저히 서울을 생태도시로 전환할 각이 나오지 않는다.

대선이 끝나면 노무현 시대의 과도한 정치주의도 같이 종료하게 될 것이다. 개발경제로 인한 충격, 보상금으로 인한 투기경제, 그리고 기관들이 빠져나갈 자리에 생겨날 막개발과 같은 것들을 고려한 국유지 정책 등 다시 생각해볼 일이 많다. 전국으로 청사를 흩어놓고, 이걸 연결하기 위해 시속 160㎞로 달릴 수 있는 ‘한국형 아우토반’을 만들겠다는 현 상황, 이거 정상 아니다. 지방을 살리겠다는 뜻은 알겠으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답게 차분히 최적안을 찾지 않으면 나중에 단단히 후회하게 될 것 같다. 지나친 정치주의는 국민경제를 죽인다.

우석훈/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1.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사설] ‘특검 찬성’ 의원 겁박 권성동, ‘백골단 비호’ 김민전 2.

[사설] ‘특검 찬성’ 의원 겁박 권성동, ‘백골단 비호’ 김민전

“체포 말고 구속” 윤석열 역제안의 이유 3.

“체포 말고 구속” 윤석열 역제안의 이유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4.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사설] 체포영장 거부하면서 구속영장 응한다는 윤의 궤변 5.

[사설] 체포영장 거부하면서 구속영장 응한다는 윤의 궤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