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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양렴은 / 정남구

등록 2007-11-06 18:16

정남구 논설위원
정남구 논설위원
유레카
시아버지와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물려가 울고 있는 여인에게 공자가 “그럼에도 왜 이곳에 눌러 사느냐”고 묻자, 여인이 대답했다. “이곳엔 세금을 뜯어가는 관리가 없기 때문이지요.” 공자가 이 말을 듣고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촌평했다는 얘기가 <논어>에 실려 있다.

세금 징수를 맡는 관리들의 부패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골칫거리였다. 청나라 5대 황제 옹정은 지방관들이 백성들에게 온갖 명목의 세금을 뜯어내자 청렴함을 키우는 돈이라는 뜻의 ‘양렴은’이란 특별수당을 도입해 보았다. 지방관들이 멋대로 거둬 온 세금의 일부를 합법화하여 공식적인 보수를 높여줌으로써 부패의 유혹을 줄여보려는 뜻이었다. 그러나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그들은 이제 양렴은도 챙기고 패악질도 계속했다.

세금이 법제화된 오늘날에는 가혹한 세금보다, 세리(세무관리)가 탈세를 눈감아 주고 뒷돈을 챙기는 게 더 큰 골칫거리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내놓는 해법을 보면, 옹정이 도입했던 양렴은과 발상이 거의 비슷하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국세 공무원을 특정직 공무원으로 바꿔 인사상의 특례를 주고, 일반 공무원과는 보수체계를 달리해 더 많은 보상을 하는 내용의 국세청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동생 이희성씨가 국세청을 동원해 166억원을 끌어모은 이른바 ‘세풍 사건’이 드러난 1999년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법 개정이 추진된 적이 있다.

고위 세무관리의 비리가 또 적발됐다.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건설업자한테 1억원을 받아 구속됐고, 현직 국세청장이 그 돈의 일부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양렴은 얘기가 다시 나올 듯한데, 공직자 비리를 줄이는 데는 당근보다는 채찍이 더 효율적임을 기억할 일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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