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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곽병찬칼럼] 정동영 후보가 결단해야 한다

등록 2007-11-25 18:34수정 2007-11-25 20:00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칼럼
17대 대통령선거 기호 1번은, 의석수 140석의 원내 1당인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다. 역대 대선에서 이른바 ‘민주세력’이 기호 1번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개에 젖을 일이지만 정 후보만큼 초라한 1번 후보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의 지지율은 지금까지 1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다. ‘빅3’ 대접을 받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건 언론의 구색 맞추기일 뿐이다. 제1당이자 여권 후보이니 마지못해 대접하는 것이다.

그의 이런 초라한 모습은 그 자신의 특별한 흠결 때문은 아니다. 노인 비하 말실수가 있긴 했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하찮은 청소부’, ‘마사지 걸 고르는 법’, ‘일 않는 노동자’ 등 이 후보가 입을 열면 주변은 긴장했다. 경선 과정에서 꼼수를 핀 것도 사실이지만, 이회창 후보처럼 정당정치를 짓밟지는 않았다. 신의가 없다고 하지만, 이인제 후보처럼 기웃거린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통일부 장관 때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그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다.

‘신언서판’ 어느 것 하나 꿀릴 데 없지만 왜 그런 것일까. 물론 가장 답답한 건 정 후보일 것이다. 믿었던 호남 유권자의 시선마저 싸늘하고, 손이 발이 되도록 뛰어야 할 당 소속 국회의원이나 당원들은 손을 놓고 있다. ‘5년 전, 10년 전 나는 안 그랬다’고 윽박지르기도 하지만, 반응도 없다. 사실 떠났다고 생각하는 버스 뒤꽁무니만 쳐다볼 의원은 없다. 이들에겐 다음 버스(총선)가 문제다. 정 후보의 말마따나 지금 여당은 이명박 후보가 아니라 패배주의와 싸운다.

그러나 더 답답한 사람은 따로 있다. 꼴통수구를 자처하거나 의혹투성이인 후보 말고는 달리 대안을 찾지 못해 속 타는 유권자들이 그들이다. 사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현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수렴됐다. 야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승리할 것 같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길이 달리 없다. 부동산값은 폭등했고 전국이 투기장화했으며, 실업과 고용의 질은 형편없이 악화했으며, 교육 문제는 끝없이 서민을 괴롭혔다. 그 결과는 최악의 양극화였다. 사사건건 딴지 건 야당 탓도 있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끌려다닌 집권당의 무능과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진보의 기치 아래 그리 했으니, 진보주의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게 됐다. 말은 얼마나 많았고, 싸움은 얼마나 많이 했던가. 정 후보는 ‘(그런 참여정부의) 황태자가 아니라 일만 하고 매만 맞은 소’였노라고 주장했지만, 그런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더욱 초라해질 뿐이다. 집권 초 후계 다툼 속에서 그에게 밀렸던 사람은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책임을 참여정부에 온전히 돌릴 일도 아니다. 그의 정치적 행태는 지도력을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후보 단일화 추진 과정에서 그는 부스러기 지지율을 거저 먹으려 했을 뿐, 어떤 진정성도 가능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예컨대 그가 문국현 후보와 단일화를 애걸하면서도, 문 후보가 텔레비전 방송 토론회에서 배제되도록 방조했다. 합동토론회 초청 기준을 예년처럼 지지율 5% 이상으로 하자고 하면 될 일이었다. 한편으론 따돌리고, 한편으론 손을 내미는 꼴이니 누가 그를 신뢰할까. 그는 단일화의 명분으로 ‘반한나라’를 꼽았지만, 더 절박한 극복대상은 참여정부다.

정 후보는 결단해야 한다. 부스러기 지지율을 끌어모아 반전을 도모할 단계는 지났다. 그래야 부패 추방, 공동체의 행복, 균형 성장, 한반도 평화 등 그가 꾸는 꿈도 실현하고, 역사를 퇴행시키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결단할 사람은 정 후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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