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장삼이사’(張三李四)는 ‘장씨 셋째 아들, 이씨 넷째 아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을 뜻한다. 중국에 두 성씨가 많다 보니 생긴 관용어다. 지난해 중국과학원 조사를 보면, 이(중국 발음 ‘리’)씨는 전체 인구의 7.4%로 1위, 장씨는 6.8%로 3위다. 2위는 왕(王, 7.2%)씨다. 세 성을 쓰는 인구는 지구촌 전체로도 1~3위를 차지한다.
성씨 편중은 우리나라가 훨씬 심하다. 행정자치부의 최근 주민등록 통계를 보면, 1위 김씨는 인구의 21.5%인 1057만5천명에 이른다. 여기에 이씨 723만8천명(14.73%)과 박씨 415만5천명(8.45%)을 합치면 전체의 44.68%나 된다. ‘김삼이사’라는 표현이 왜 없는지 궁금할 정도다.
이런 현상은 지구촌에서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 영어권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스미스(Smith)는 영국에선 1% 남짓하고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선 그보다 적다. 독일 1위인 뮐러(Müller)는 1% 안팎이며, 일본 1위 사토(佐藤) 역시 1%대다. 프랑스 1위 마르탱(Martin)은 0.5%가 되지 않는다. 스페인에선 가르시아(Garcia)가 두드러지지만 그래 봐야 4%를 넘지 못한다. 아주 드문 예외가 베트남인데, 응우옌(Nguyen)이 40% 가까이를 차지한다. 응우옌은 20세기 중반까지 존속한 베트남 최후 왕조 이름이기도 하다.
같은 성을 쓴다고 해서 유전자 구조까지 같은 건 아니다. 다른 핏줄이 섞인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몇몇 성씨가 많아진 이유도 20세기 초반 새 호적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이 이들 성을 집중 선택한 데 있다. 이전까지는 국민 절반 가량이 성이 없었다. 지금 인류에게 가장 많은 공통 유전자를 퍼뜨린 인물로는 칭기즈칸이 꼽힌다. 유전학자들은 대략 2천만명 정도가 그의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추정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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