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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공익위장과 토지재산권 보호의 차별 / 김용창

등록 2007-11-28 18:46

김용창/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김용창/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미국에 있는 재산권연대라는 단체는 재산권을 인권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권리로 보고 경제자유지수와 유사한 개념에서 재산권 보호 정도를 나타내는 재산권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재산권지수 순위와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GDP) 사이 상관관계가 89%로 높게 나타난다면서 재산권지수를 높이는 것이 풍요로운 사회로 가는 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오늘날 재산권은 기본권의 주체로서 국민 각자가 인간다운 생활에 필요한 경제적 조건을 보장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 재산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민 개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물질적 바탕이라고 본다. 신자유주의적 사고의 창궐은 재산권 사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토지재산권에 자연권적 지위를 부여하며, 토지소유자에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토지이용을 허용하라고 촉구한다.

우리 헌법은 제23조에서 재산권을 보장하되,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해야 하고, 강제수용을 할 때는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토지에 대해서는 가용토지가 절대부족하고, 일반국민 다수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입법자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여 개인의 재산권을 규제하는 권한을 폭넓게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에 따라 토지재산권에 대해서는 공익적 성격을 강조하여 왔지만 헌법재판소의 개발제한구역과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사건에 대한 판결을 계기로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강제수용을 하는 데 필요한 공익개념을 넓게 보는 추세에 있다. 민간주체에게도 강제수용 주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고, 사적인 이익을 포함한 경제적 목적의 공익개념도 인정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회사의 시험구간 건설과 관련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수용허가 판결이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오늘날 거대자본은 스스로 도시공간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토지개발에 따른 이익을 독점할 수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도시개발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은 민간부동산 주도 개발이라는 특징을 띠고 있고, 낙후지역의 재생,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로운 경제적 공익 개념을 창출하면서 개발이데올로기의 토대로서 토지재산권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사고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토지재산권 보장 논리에는 자본 입장만을 고려하는 편향적인 가능성이 늘 잠재해 있다는 것을 주시하여야 한다. 공익을 명분으로 특별법 형식을 빌어서 택지개발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면서 택지개발, 주택공급 및 주택생산체계 참여자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 결과물에 해당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공익적 관점을 전혀 관철하지 못하였고, 늘 강력한 반발에 시달리고 있다. 강제수용을 당하는 자의 재산권과 개발이익을 향유하는 자의 재산권을 차별하는 재산권 보장의 이중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개발 및 공급은 공익사업을 위장한 자본 편향적인 공익사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공익개념은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공익이 사회전체의 이익이 되지 못하고, 특정집단의 이익이 공익이라는 모습으로 위장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에서 행정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강조한 나머지 보편적 이익으로서 공익 개념을 축소시키고 있다. 개발사업 의사결정구조 역시 점차 개방성을 상실해 간다는 측면에서 ‘왜곡된 공익의 형성’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자리 창출 만능 시대에서 거대자본 중심의 자본 논리가 공익으로 둔갑하는 상황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김용창/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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