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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이명박과 정몽준의 대한민국

등록 2007-12-05 08:15

‘몸값’ 떨어질까 수사발표 이틀 앞두고 추켜세워
‘현대가’ ‘구두쇠’ 닮아…돈과 권력 하나가 되면?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님이 앞으로 전환기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선장으로서, 여러 후보들 중에서 제일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일 오전 한나라당 기자실에 나타난 정몽준 의원은 특유의 어눌한 말투를 이어갔다. 왜 하필 3일이었을까? 검찰의 발표를 이틀 앞둔 시점이라는 데 묘미가 있다. 너무 늦으면 ‘몸값’이 떨어질 수 있다.

정몽준 의원은 1951년생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아버지로부터 현대중공업을 물려 받았고, 93년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재산은 올 3월 신고 때 9974억원이었다. 현대중공업 주가가 올라 11월에는 무려 4조원대로 불어났다. 이쯤 되면 돈이 돈이 아니다. 세상에 아무 부러울 것이 없을 텐데 그는 정치를 한다. 돈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것인지, 정치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정 의원이 한나라당에 들어간 이유는 대통령을 하기 위해서다. 그의 측근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서울 장충초등학교를 나왔다. 박근혜 전 대표와 동기동창이다. 대선 이후 당내 권력투쟁에서 ‘여자 친구’ 하나만 제치면 다음은 자기에게 기회가 돌아온다고 계산했음직하다.

그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통합 21’을 창당했다. 실패했다. 이번엔 기존 정당에 들어가 그 당을 ‘접수’하기로 방식을 바꾼 것 같다. 이명박 후보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인가? 하긴, 두 사람은 닮은 점이 참 많다.

첫째, 재벌, 그것도 현대가의 사람들이다. 정몽준 의원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친아들이다. 고 정몽헌 회장과 함께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명박 후보는 정주영 회장의 ‘양자’나 다름이 없었다. 92년 민자당 전국구 의원을 하기 전까지는 확실히 그랬다.


둘째, 지독한 구두쇠다. 에리카 김은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를 ‘짠돌이’라고 했다. 밥을 안 사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여럿이 골프를 치고 나서 300달러가 없다고 하는 바람에 카드를 들고 은행을 전전한 일도 있다고 했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보기엔 너무 생생하다. 정몽준 의원도 다른 의원들에게 밥을 잘 안 산다. 어느 정치인은 “벌어서 돈이 많은 것인지, 안 써서 돈이 많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비꼰 일이 있다. 정 의원은 그래도 최근 1년 사이엔 좀 달라졌다고 한다.

셋째, 사업의 성공을 발판으로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직을 노리고 있다. 정몽준 의원이 먼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명박 후보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뒤를 정몽준 의원이 다시 따르고 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꼴이다.

어쨌든 좋다. 돈과 권력은 본디 친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다 가지면 문제가 생긴다. 정치와 경제의 분리는 산업화 이후 근대국가를 유지해 온 기본 원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3년 공직자 재산공개를 추진하면서 “돈과 명예를 한손에 가질 수는 없다”고 명언을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치인은 권력을, 기업인은 돈을, 관료는 명예를 가진다”고 정리한 일이 있다. 그런 규칙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돈과 권력의 유착에 대한 책임을 정몽준 의원에게만 물을 일은 아니다. 이명박 후보의 선거구호는 ‘성공’이다. 이 시대의 성공은 돈을 뜻한다. 이게 먹히고 있다.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돈이라는 얘기다.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직마저 돈에 넘기려는 것이 지금의 세태다. 이명박과 정몽준의 연대는 그래서 더욱 더 걱정스럽다. 돈과 권력이 마침내 하나가 되었을 때, 우리에게는 어떤 미래가 다가올까? 두렵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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