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곤 논설위원
유레카
사람은, 인간의 꼴을 갖추는 최초의 시기인 수정란 때는 99%가 물이다. 막 태어나서도 90%가 물이며, 성장하면 70%, 죽을 때는 약 50%가 물이다. 사람의 뼈도 20%가 물이다. 이 정도면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물 상태로 살아간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구에서 물은 바다다. 지구 표면에는 약 14억㎦의 물이 존재하는데, 97%가 바다에 있다. 나머지 3%는 육지에 있는데, 그것도 대부분 남극과 그린란드 등지에 빙하의 형태로 존재한다. 육지의 호수나 하천, 수증기로 존재하는 물은 약 20만㎦로 전체의 0.014%에 불과하다.
서울대 이창복 교수의 설명으로는, 바다는 46억년의 지구 역사에서 적어도 38억년 전부터 존재했다. 육상생물이 출현한 4억여년을 빼고는 30억년 동안 지구의 유일한 생명의 요람이었다. 바다는 또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흡수해 지구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그 온기가 고르게 퍼지도록 한다. 인류가 소비하는 동물성 단백질의 10% 이상은 바다에서 길어 올리며, 세계 석유 생산량의 20% 이상이 해저 유전에서 나온다고 한다. 인류에게 바다는 보고이자 도전이며 가능성이다.
쪽빛의 태안 앞바다가 졸지에 검은 바다로 바뀌었다. 기름띠의 느닷없는 습격으로 생명의 원천이 죽음의 서식지로 돌변하고 있다. 기름띠는 서해안 최대 산란지인 천수만까지 뚫었다. 더욱이 이를 막는 노력(방제작업)이 2차 오염을 불러올 수 있다고도 하는 마당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당국이 뒤늦게 다양한 바다 보호책을 모색하고 있다는데, 바다도 무한하지 않으며, 인간의 손으로 얼마든지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입각해 창의적인 방안을 찾을 일이다. 식량의 공급처, 교역과 수송의 통로로서의 바다만이 아닌 생명의 원천으로서 바다에 대한 이해도 절실하다.
이창곤 논설위원 g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