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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기업 사회’와 삼성 특검 / 정정훈

등록 2007-12-19 18:37수정 2007-12-19 22:42

정정훈/‘공감’ 변호사
정정훈/‘공감’ 변호사
야!한국사회
‘삼성맨’ ‘삼성가족’ ‘삼성공화국’ … 삼성은 개인·가족·국가를 상징의 마디들로 ‘삼성’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 왔다. 우리의 일상에서 오랫동안 삼성은 유능한 ‘개인’의 대명사이자, ‘또 하나의 가족’이고, 최정상의 ‘권력’이었다. 최근 한 변호사의 양심 고백을 계기로 삼성의 다른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맨’은 ‘떡값’으로 관리되는 유력 인사들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불법적인 시도와 ‘가족’의 미술품 수집에 비자금이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되었다. 이 사회의 유력자인 ‘삼성맨’들이 ‘삼성가족’으로 관리되며, 총수 ‘가족’을 위해 부패한 ‘공화국’을 만들어 온 것은 아니었는지? 오늘의 ‘삼성공화국’의 의미를 묻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 핵심에 ‘삼성 특검’의 역사적 역할이 놓여 있다.

언제부턴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며 나섰다. 삼성이 ‘공화국’이 되고, 대한민국은 ‘주식회사’가 되어 서로의 자리를 열렬히 구애하고 있다. 이 정도의 역설적 지경에 이르러버린 우리의 인식과 언어에 대하여는 한번쯤 ‘풍자냐 자살이냐’를 진지하게 물어야 할 법도 하다. 그러나 김동춘 교수가 명명한 ‘기업 사회’의 치명적 현실을 이만큼 분명하게 드러내는 현상도 없어 보인다. 권력은 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 넘어갔다고 한다. 사회적 가치들은 획일적으로 시장으로부터 나와, 시장에서 입증된다. 이른바 ‘비비케이(BBK) 사건’도 성장산업 경영자로서의 성공적 재기를 통해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입증하려는 모색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비비케이 사건’ 의혹의 진실 여부를 가려내는 일은 ‘이명박 특검’이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의혹의 발단에 놓여 있는 ‘기업 사회’의 그림자를 보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1999년에도 ‘옷로비 의혹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 대한 두개의 특검이 동시에 진행된 바 있다. 당시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 대한 특검을 통해서 우리는 이미 비싼 수업료를 지급했다. 특별검사제는 임명된 특별검사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수사의 방향과 성패가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제도다. ‘파업유도 사건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검찰 고위직 출신 특별검사의 공정성과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수사과정에 대한 항의로 특별검사보와 수사관이 사퇴하는 갈등을 겪었다. 결국 특검의 최종 수사결과는 검찰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형식적 절차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고, 진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특별검사의 직무유기 문제가 제기되는 등 국민적 불신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제 두개의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정치적 정략을 떠나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특검을 운영하는 지혜의 집중이 필요하다. 특히 삼성 특검은 ‘기업 사회’에 대한 특검이자, ‘기업 사회’ 내부에서의 특검이다.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절실히 요청되는 이유다. 그러나 ‘삼성 특검’은 출발부터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의 특별검사 자격에 대한 문제제기가 핵심이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우리들이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주주’로서가 아니라, 공화국의 주권자인 ‘시민’으로서 자세를 바로잡고, 특검의 진행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의미를 바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삼성’의 위기는 ‘공화국’의 위기가 아니다.

정정훈/‘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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