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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려면 / 강수돌

등록 2007-12-19 21:00

강수돌/고려대 교수·마을 이장
강수돌/고려대 교수·마을 이장
나라살림가족살림
마침내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지난 10년간 이른바 ‘개혁 정부’가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대량 실업, 비정규직 양산, 빈익빈 부익부, 사회 양극화 따위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 원인을 두고 한쪽에서는 엉터리 개혁 때문이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개혁이 덜 되어서라고 비판했다. 역사를 한걸음 더 진전시키고자 했던 ‘참여 정부’도 5년이 지난 지금, 별로 역사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생각건대 풀뿌리의 강한 운동이 없는 상태에서 새 정부와 새 지도자를 통해 역사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우리 소망 그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이 점은 앞으로 구성될 새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그래서 감히 대통령 당선자에게 몇 가지 당부한다. 모든 후보가 ‘이 한 몸 바쳐 국민을 위해 일할 터이니 제발 믿어 달라’고 했다. ‘국민을 위한다’고 하니 반갑다. 최소한 국민을 속이지 않겠다니 …. 별것 아닌 이 말이 새롭다니 어인 일인가. 하도 여러 번 속다 보니 미리 기대를 낮춘 결과일까?

그러나 사랑의 둥지보다는 ‘버스정류장’처럼 변하는 가정 현실, 자아탐색과 내면성숙보다는 점수경쟁과 타율성 쌓기의 장으로 변하는 학교 현실, 자아실현과 참된 생산성보다는 생존경쟁과 파괴적 생산성의 공간이 되어 버린 직장 현실을 직시하라. 우리는 행복을 위해 날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만 느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피하려거나 눈감으려 하지 말라. 그런 면에서 ‘희망의 현실’을 위해 대통령 당선자에게는 물론 풀뿌리 스스로에게 주문한다.

첫째,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시대착오적 국가보안법부터 없애라. 대통령과 기업가들은 마음만 먹으면 북한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뭔가 이상하다. 그러나 누군가가 정치가나 기업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린다. 자기 편이 아니면 모두 ‘빨갱이’다. 이제 국민이 참된 자유와 민주를 누리게 하라.

둘째,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과감한 노동시간 단축으로 모두 일하되 조금씩 일하게 하라. 실업자는 만날 놀아야 해서 고통 받고 취업자는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어 고통이다. 이제 일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누리게 하라.

셋째,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한다면 일부 쓸 만한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입시교육을 포기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사람답게 살도록 인간교육을 실시하라. 내가 싫어하는 말인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보아도 현재의 점수따기 교육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하물며 참된 삶은커녕 마음의 상처만 키우는 교육은 이제 그만!

넷째,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한다면 농민과 농촌이 살아나도록 ‘올인’하라. 사람들은 ‘땅 파고 살지 않으려거든 공부하라’고 한다. 또 ‘이제는 농업은 포기하고 첨단 기술로 승부를 걸라’고 한다. 이제 이런 사기는 좀 그만 치자. 제아무리 날고 기는 과학시대라 해도 사람이 배고프면 (달러나 컴퓨터칩이 아니라) 밥을 먹어야 한다. 무엇이 기본인지 새로 물어보라.

끝으로,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려거든 선거운동 기간에 했던 것처럼 풀뿌리 삶의 현장을 매일 찾아가라.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똥 누고 나서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거짓말이 되도록 온몸으로 보여라. 국민 위에 군림하지 말고 풀뿌리 국민들이 정치경제, 사회문화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적극 만들라. 그리하여 대통령부터 스스로 풀뿌리의 일부가 되라. 풀뿌리의 저항 대신 참된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되려거든.


강수돌/고려대 교수·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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