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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이명박 당선자를 도와야 한다

등록 2007-12-26 14:36수정 2007-12-26 14:48

유권자들 집권세력에 ‘임무교대 명령’ 내린셈
저주 퍼붓기 보다 오만해지지 않도록 뒷받침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가면 12층짜리 한양빌딩이 있다. 건물의 일부를 한나라당이 당사로 쓴다. 벽에 펼침막이 걸려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오른손을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이다. 글자도 있다.

‘국민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경제! 살리겠습니다.’

10년 전인 1997년 이 빌딩에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란 세로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당시엔 김대중 당선자의 국민회의가 이 건물의 일부를 당사로 사용했다. 한양빌딩은 정권교체 전용인가?

다들 10년 만에 두번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말한다. 그런가? 1997년의 정권교체와 2007년의 정권교체는 같은 것일까? 정당이 선거에 의해 정권을 빼앗기고 차지했다는 의미에서는 ‘같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내용은 ‘다르다’.

97년 이전 대한민국은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경험하지 못했다. 두 차례의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군인들이 오랫동안 폭정을 했다. 그들은 산업화를 이뤘지만 비판 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죽였다. 민주주의는 질식 상태였다.

92년, 97년, 02년 대선을 통해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 체제와 단절했다. 특히 97년의 첫 정권교체는 획기적 전환점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본질적 변화를 시도했다. 권력기관의 정치적 독립, 돈 안 드는 선거제도 정착, 남북관계 개선, 복지 인프라 확충 등 의미있는 발전이 있었다.


그런데도 집권 세력은 올해 대선에서 졌다. 왜 그렇게 됐을까? 07년 정권교체를 그냥 ‘현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하는 것은 단견이다. 유권자들은 멍청하지 않다. 45년 영국 유권자들은 전쟁 영웅 윈스턴 처칠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사회개혁 요구를 외면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92년 미국 유권자들은 냉전 승리의 영웅 ‘아버지 부시’를 쫓아내고, 경제를 들고 나온 클린턴을 선택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07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메시지는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은 수고가 많았다. 이제 좀 쉬어라. 경제를 살리는 것은 아무래도 여러분들이 할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정도일 것이다. 일종의 ‘임무교대 명령’인 셈이다.

그래서다. 이명박 당선자가 착각하면 안 된다. 유권자들은 세상이 10년 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검찰, 경찰, 국세청, 정보기관을 대통령이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금권선거를 부활시키면 안 된다. 남북관계를 대결구도로 끌고가면 안 된다. 복지 예산을 줄이면 안 된다.

꼭 해야 할 일도 있다.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중소기업을 일으켜야 한다.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부패를 추방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러나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 이명박 당선자에게 저주를 퍼붓는 사람들이 많다.

“머지 않아 부동산값은 폭등하고 물가가 오를 것이다.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이명박은 독단과 오만의 정치를 할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이명박 당선자는 내년 2월25일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성공해야 한다. 실패하면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다. 우리 모두 그를 도와야 한다. 한나라당은 정치적으로 그를 뒷받침해야 한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언론은 무책임한 추측 보도로 혼선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감시해 줘야 한다. 오만해지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메시아가 아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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