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논설위원
유레카
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빠르게 늘어난 항목이 통신비다. 1996년 월 3만1828원이던 통신비는 2006년에는 13만4196원으로 4.2배가 됐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6.2%로 커졌다. 이는 2006년 통신비의 64%를 차지한 이동전화 서비스료의 쉼없는 증가 탓이 크다.
가계의 통신비 급증 뒤켠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선발주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이 가장 두드러진다. 97년 자본금 310억원에 순자산이 1조3천억원이던 이 회사는 이후 2006년까지 배당을 하고 남은 누적 순이익만 6조5천억원, 비싼 값에 주식을 팔아 생긴 자본잉여금도 2조원을 넘는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통신비의 비중은 2003년 6.7%를 고비로 이후 완만하게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 단체의 거센 요금인하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가 업체에 압력을 넣음으로써 몇 차례 서비스 요금을 끌어내린 결과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의 수익성은 여전히 놀랍다. 자기자본 순이익률(ROE)이 2006년 16.47%, 2005년에는 24.33%였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541개 상장사의 자기자본 순이익률 11.0%를 크게 뛰어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고, 가격 경쟁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땅 짚고 헤엄치듯 돈벌이를 하고 있다.
기간산업인 통신산업을 민영화해 놓고, 통신요금까지 자율화한 터라 ‘보이는 손’을 동원한 정부의 압력 외에는 통신 요금을 낮출 방도가 별로 없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동통신 요금의 20% 인하를 공약했던 한나라당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성과를 거두려 애쓰고 있다. ‘시장’을 그토록 강조해온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업체에 대놓고 압력을 가한다면 자기 부정이 된다. 어떤 묘수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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