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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부 / 이창곤

등록 2008-01-08 18:52

이창곤 논설위원
이창곤 논설위원
유레카
“서정주는 정부다.” 시인 고은은 한때 이렇게 말했다. 왜 정부인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말이 시원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솔제니친은 1970년대 “위대한 작가는 하나의 정부”라고 설파했다. 친일의 빛바랜 경력이 있지만, 서정주는 ‘화사’, ‘동천’ 등의 시편으로 한국인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었다. 고은은 서정주를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고은은 정부란 말을 하나의 뜻으로만 쓴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평이다. 그는 이 말에서 ‘권력’이란 이미지도 함께 떠올렸다는 추정인데, 서정주에 대한 그의 태도로 볼 때 개연성이 충분하다. 서정주는 생전에 대학교수를 지내면서 숱한 문인을 배출했으며,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한국 문단의 권력이었다. 작금의 정부 조직 개편 추진을 보면서 떠오른, 조금은 엉뚱한 단상이다.

정부는 좁게는 행정부와 부속기구를, 넓게는 한 나라의 통치기구 전체를 뜻한다. 예나 지금이나 그것은 유용한 도구인 동시에 강제적 힘이기도 한 ‘양날의 칼’이다.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여러 정부가 출범했고 그때마다 정부 개편이 있었다.

조만간 발표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의 정부 개편은 효율성과 대부처 중심의 기능 재편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논의가 지나치게 부처 간 떼어 붙이기에 머물고 있다는 인상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대에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다. 종합적인 사회·경제정책 구상에 따라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따지는 일이다. 현대 사회의 정부는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드높이기 위한 서비스 기구’란 점도 새길 대목이다. 정부 조직은 이런 원칙을 세워 개편해야지, 효율만을 앞세워 갈아엎을 일은 아니다.

이창곤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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