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논설위원
유레카
토끼고기 햄버거를 파는 노점상에게 어떤 이가 “어떻게 그렇게 싸게 팔 수 있느냐?”고 묻자, 노점상이 이렇게 대답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말고기를 조금 섞지요. 많이 섞진 않습니다. 정확히 일대일의 비율이지요.” 토끼 한 마리에 말 한 마리를 섞는다는 얘기였다.
노점상처럼 익살을 떨 수 없는 통계 전문가들은 ‘가중치’를 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12개 비목별로 가중치를 달리 적용해 총지수와 상승률을 따진다. 총가중치는 1000인데, 주거 및 수도·광열비의 가중치가 170.4, 주류·담배는 14.6이다.
지난해 두드러지게 오른 비목은 ‘교육’이다. 6.0%나 뛰어 소비자물가 상승률 2.5%의 갑절을 넘었다. 가중치가 110.9이니, 교육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7%를 끌어올린 셈이다.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4.5% 올랐지만 교육물가는 7.3%나 뛰었다. 교육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한 해뿐이었다. 그 결과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6.7%에서 12.5%(2006년)로 커졌다. 교육물가는 2006년 이후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 문제를 풀겠다는 새 정부의 ‘학교’ 정책은 과거 ‘사채시장 양성화’를 빼닮았다. 자율형 사립고 계획은 사교육 자본으로 하여금 ‘학교 사업’에 뛰어들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잘하면 교육물가를 잡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입시 위주 교육은 달라질 리가 없다. 반면 잠재능력은 있어도 돈이 없어 학비가 비싼 학교에 못 가는 이들에겐 교육 기회가 더욱 줄어들 터이다. 교육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야 할 시대에 역주행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교육 정책에서 어떤 목표가 더 중요한지 가중치부터 바로 세워야 할 때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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