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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취재파일] 홍석현 대사의 재산관

등록 2005-04-15 19:16수정 2005-04-15 19:16

“내가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오고 재산이 많다고 해서 귀족으로 보지는 말아달라. 나는 귀족이 아니다.”

홍석현 주미 대사가 2월 부임 직후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한 얘기다. 부친이 한때 사형선고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고, 생각이 유연하고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14일 저녁(현지시각) 워싱턴 한국대사관에서 그의 재산 관련 설명을 들으면서 문득 이 말이 다시 떠올랐다.

홍 대사는 솔직했다. 몇 차례 위장전입한 사례를 시인했다. “죄의식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설명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이해할 만한 구석도 있었다. 그의 ‘솔직함’은 아직 어리던 큰아들에게 부동산을 물려준 걸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그 땅은 원래 선친이 손자를 주려고 사두신 것이다. 큰아들에게 (땅을) 넘길 때 (잘못됐다는) 어떤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의 설명엔 우리 사회 부유층의 재산관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그 역시 열살이 채 안된 나이에 선대로부터 부동산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그러니 어린 아들에게 땅을 물려주는 게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1990년대 초 공직자 재산공개가 시작된 뒤, 위장전입과 어린 자식에 부동산을 물려주는 건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됐던 사안들이다. 서민들에게 주는 위화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작은 보금자리 하나 마련하지 못해 때론 목숨을 끊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홍 대사는 오랫동안 언론사 사주를 지냈다. 언론사 사주가 공직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의무감은 느낄 만한 자리다. ‘귀족이 아니다’라는 그가 위장전입이나 어린 아들에게 부동산을 물려주면서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 땅의 평범한 많은 부유층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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