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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불만의 불 / 정남구

등록 2008-02-12 19:18

정남구 논설위원
정남구 논설위원
유레카
미국의 여배우 위노나 라이더가 2001년 한 명품 백화점에서 옷을 훔쳤다가 들통났다. 자신의 수입에 견주면 푼돈에 불과한 7600달러를 아끼려고 그런 짓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뒷날 “복용하던 진통제가 나를 혼란스런 상태에 빠지게 했다”고 해명했다. 물론 재판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충동조절 장애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절도벽인데,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클렙토마니아’(Kleptomania)라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 전후에 그런 증상을 보이는 사례도 적잖이 보고돼 있다.

‘파이로마니아’(Pyromania)도 대표적인 충동조절 장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반복적으로 불을 지르는 병적 증상이다. 많은 이들이 불구경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방화벽을 가진 사람의 마음 상태를 이해할 듯도 하다. 하지만, 어떤 이의 반복적인 불 지르기가 그릇된 방식으로 사회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인지,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병적 행동인지 딱부러지게 구별해내기는 어렵다.

최근 몇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방화 사건이 급증했다. 2002년 2778건이던 것이 2006년에는 3414건으로 늘었다. 방화는 화재 원인 가운데 전기 누전 다음 자리를 차지할 정도다. 재작년 방화 가운데 2502건은 왜 불을 질렀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480건은 불만 해소, 137건은 가정불화, 87건은 정신이상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국보1호 숭례문에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든 용의자를 경찰이 붙잡고 보니, 재작년 4월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렀던 이였다. 10년 전 자신의 토지가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을 그렇게 표시했다고 한다. 병적인 방화벽은 아닌 듯한데, 세상에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을 그냥 넘길 일은 아닌 듯하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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