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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숭례문 화재와 개방 리스크 / 유종일

등록 2008-02-13 19:51

유종일/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종일/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숭례문 참화가 많은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해준 것 같다. 대형사고가 터지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안전 불감증, 관리 소홀, 초동대처 미흡 등에 관한 지적과 반성의 소리들, 그럼에도 유사한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터져 나오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래 봤자 뭐 하랴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격이 워낙 커서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소한 문화재 보호에 관해서는 좀 나아질 듯하다. 당장 수많은 문화재의 파괴가 우려되는 경부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문화재처럼 한 번 망가지면 완전한 원상복구가 영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더라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환경자원의 보전에 관해서도 의식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조명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화재예방 설비, 경비요원 고용이나 보험료 등에는 극도로 돈을 아끼는 후진적인 습성도 조금은 개선되기를 바라본다.

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인준과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를 소리 높여 외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과 경제정책도 이번 기회에 재점검해 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숭례문 등 문화재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것이 결코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듯 시장개방도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칙적으로 좋은 것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개방을 하다 보면 숭례문처럼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숭례문 화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심각한 재앙이었던 외환위기도 바로 안전장치가 부실한 채로 준비 안 된 개방을 한 탓이었다. 최근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선진금융기법 전수는커녕 주가조작이라니! 숭례문을 개방해 놓으니까 예기치 않게 방화범도 들어가는 것처럼 외국자본에 문호를 개방하면 기대와 달리 부도덕한 ‘먹튀자본’도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방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고, 개방을 하되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전장치에는 비용도 들어가고 또 시스템도 잘 갖추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감당할 능력이 안 되면 개방을 늦추더라도 좀더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경제개방의 리스크에 대비한 보호장치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 산업경쟁력과 안정적인 거시경제 운영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피해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대책과 투기자본의 흐름 등 각종 시장 교란 요인들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리 자신을 짚어보고 우리의 역량에 맞추어서 개방의 속도도 조절해 나가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이 대외적 시장개방이라면 규제완화는 대내적 시장개방이라고 할 수 있다. 금산분리나 출자총액제한제도처럼 사전적 규제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하도록 하되 공정경쟁이나 투자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규칙들은 확실하게 지키도록 사후적인 감독과 제재는 철저히 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감독과 제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 비자금사건에서 보듯 버젓이 법에 있는 금융실명제도 완전 무력화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금융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규제완화도 시장규율이 확립된 정도와 사후적인 구제수단 등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안에서 추진해야 옳다.

숭례문 소실이 대내외적 시장개방의 리스크에 대해 재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다.

유종일/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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