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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루시퍼 효과 / 권귀순

등록 2008-02-18 19:14

유레카
천사였다가 악마가 된 루시퍼는 언제고 타락천사로 변할 수 있는 보통 사람에 대한 알레고리다. 루시퍼처럼 악의 얼굴은 평범하고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하다.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유대인 대학살 집행자였던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을 참관하고 기록한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 개념을 이끌어냈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이 강한 그저 기계적인 인간이었다는 결론이다.

1971년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교도관과 죄수 노릇을 하게 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이런 인간심리의 양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학교 지하실에 설치한 감옥에 ‘멀쩡한’ 자원자인 대학생 24명을 교도관과 죄수로 나눠 2주간 지내도록 한 이 실험은 예기치 못한 끔찍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교도관을 맡은 학생들은 가학행위를 서슴지 않으며 갈수록 악랄해졌고, 죄수를 맡은 학생들은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실험은 엿새 만에 중단됐다. 실험 수행자 필립 짐바도 박사는 세세한 전말을 35년 만에 책으로 공개하고 이를 ‘루시퍼 효과’라 이름 붙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특별히 악한 ‘상황’에 놓이면 악마로 돌변할 수 있다는 실험의 결론이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에럴 모리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에스오피>는 학대 사진 속 미군 병사들을 심층 인터뷰해 ‘악한 시스템’을 고발한다. 2006년 <관타나모로 가는 길>로 마이클 윈터보텀에게 감독상을 안기기도 한 베를린은 사악한 세력을 제압해서 질서정연한 자기만의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미국의 선악 기준이 보편적 인권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시상으로써 말한다. 누구든 악마로 전락할 수 있지만 포로 학대를 세상에 알린 군인이나 이를 기록한 모리스 감독과 같이 누구나 천사가 될 수도 있는 ‘선의 평범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권귀순 여론팀장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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