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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오바마 후보와 민주노총의 연대? / 강수돌

등록 2008-02-20 20:08

강수돌/고려대 교수·마을 이장
강수돌/고려대 교수·마을 이장
나라살림가족살림
최근 미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민주당의 오바마 상원의원이 “유감스럽게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자동차·쇠고기 등 핵심 산업 보호와 환경·노동 등 신통상정책의 기준에 합당하지 않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경쟁자인 힐러리도 비슷하다.

한편, 한국의 민주노총은 2월11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미국 노총과 정치가들을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특히 미국 노총 등과 발표한 ‘노동자 공동선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양국 노동자들에게 무제한의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양국 의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강력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서 얼핏 보면 미국 노조와 한국 노조가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연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위한 국제 연대’다. 이 연대가 제대로 되면 설사 한국 국회가 비준을 하더라도 별 걱정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좀더 깊이 살펴보면 미국 의회나 노조가 협상안을 반대하는 논리와 한국 노조가 반대하는 논리는 전혀 다르다. 미국 의회나 노조의 논리는 한마디로 “미국이 손해”란 것이지만, 민주노총의 논리는 “모든 노동자가 손해”란 것이다.

따지고 보면 미국에서 공화당에 비해 좀더 진보적이란 인상을 주는 민주당조차 자국의 이익을 위한 군사전쟁이나 세계 전략 따위에서는 철저히 ‘제국’의 경영자 노릇을 했다. 예컨대 클린턴 행정부는 1995년 보스니아의 세르비아 지역에 불법적 폭격을 가하는 나토(NATO) 군사작전을 지지해 발칸전쟁을 불렀다. 또 99년엔 의회에 사전 통보도 않은 채 ‘인도주의적 동기’에 따라 코소보 공습을 강행했다. 이 전쟁은 사실상 유고 연방을 파괴해 중앙 및 동유럽으로 상품시장을 확장했고 천연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획득하게 해주었다. 결국 민주당조차 전쟁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전면화함으로써 ‘제국’의 돈벌이와 권력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동참한다. 이 맥락에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도 공화당 부시 정권의 이라크전쟁에 찬성표를 던졌다(오바마는 예외). 하지만 오바마조차 대통령이 된다면 ‘국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할 것이다. 초선 의원이던 그가 갑자기 막강한 대선 후보로 뜨게 한 명연설을 보라. “진보의 미국도 보수의 미국도 없습니다. 미합중국만이 있습니다. 흑인의 미국도 백인의 미국도 라틴계의 미국도 아시아계의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습니다.”

오바마의 민주당이나 미국 노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노동과 환경이 좀더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 주장에 진정성이 있다면 그가 노조 활동가들과 함께 예컨대 한국 자동차회사의 구체적 노동현장을 살펴보고 현실 타파와 연대 방안을 토론해야 한다. 또 그 주장이 진실하다면 그들은 양국 소들의 대량 사육 과정이 얼마나 반생명적이고 반환경적인지, 그리하여 미국·한국을 막론하고 사람과 자연의 건강성이 얼마나 파괴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한다는 민주당 정권조차 자신들은 세계시장에서 기득권을 맘껏 누리면서도 ‘블루라운드’니 ‘그린라운드’니 하는 깃발을 내세워 개도국들에 높은 장벽만 쌓는 야비함을 못 벗어난다.

요컨대 국익과 돈벌이 철학에 갇혀 있는 한 참된 연대는 어렵다. ‘믿을 놈’ 없는 두 나라 민초들이 자기 일자리 수호와 기득권 추구라는 편협함을 넘어 아래로부터 참된 자율과 평등, 우애와 연대의 관계를 구축할 순 없을까. 민주노총이 상처 받을까봐 괜스레 두렵다.


강수돌/고려대 교수·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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