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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진보라 이재용, 내 경쟁 상대 / 반이정

등록 2008-03-03 21:26수정 2008-03-03 21:30

반이정/미술평론가
반이정/미술평론가
야!한국사회
안주하는 자아를 채근하고 휴면 상태인 성취감에 동력을 달고 더불어 만성 무력증을 견제하는 초간단 수행법을 희구해온 독자 제현께 감히 내가 터득한 해법을 소개하고자 가당치 않은 글 제목을 취해 봤다. 굳이 이름 달면 ‘명사 비교 놀이’. 일선 학교에서 권장하는 위인전 탐독의 변형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대 유명 인사를 자신과 비교해 현장감이 배가되며 상대가 동년배일 경우 꾸준한 비교 관찰이 가능한 점이 위인전 독서와 다르다. 물론 주의사항도 따른다. 타고난 천재나 완벽한 거물은 비교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 도리어 열패감만 자극해 급기야 자신감을 실추시켜서 본 놀이의 취지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뒷북인데 얼마 전까지 그의 이름을 딴 삼성 휴대폰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서 화면 속 미소녀를 그저 신예 모델 정도로 오해했다. 웬걸 십대 중반 두각을 드러낸 재즈 콩쿠르 1위의 촉망받는 음악인이라고. 거기에 패션 광고 모델로 모셔갈 정도니 완벽한 외모까지 겸비했다.

데이터가 이쯤 모이면 비교 놀이가 시작된다. 내 지난 10대의 공과를 그와 비교해서 따져 묻는 것이다. 한데 도무지 내놓을 결과물이 변변치 않다면 어떡하나? 이때 주저앉지 말길! 인성 교육이 실종된 입시주의가 내 가능성을 희생시킨 것일 뿐, 제도 교육의 폐해에서 일찍 탈피한 진보라와는 초기 조건이 달랐다는 식으로 교육환경 탓으로 둘러대면 된다. 대신 음악평론까지 활동 지평을 넓혀 장래 진보라와 긴밀한 관계로 진입한다는 ‘가망 없는’ 목표를 설정한다. 그를 통해 자신감을 독려했으니 그럭저럭 비교 놀이가 성공한 셈.

다음 비교 대상 물색. 강호동·이봉주·황정민·홍정욱. 분야별로 대성한 인사들인데 나와 이들 사이의 단 하나 공통점은 동년배라는 점. ‘출세한 동갑내기’란 질투심과 투지를 촉발시키는 장점이 있다. 이봉주-마라톤계 입지전적 신화이지만 뙤약볕에 오랜 노출로 40대 같은 외모. 이에 반해 자칭 타칭 동안인 나를 그와 비교하며 낙오자의 얄팍한 위안을 맛본다. 황정민-작금의 명성은 오랜 무명 숙련기의 결실인 만큼 내 고단했던 글쓰기 전력을 대견하게 돌아보며 다음 원고에 힘을 얻는다. 홍정욱-30대에 언론사 대표로 우뚝 선 귀공자. 뭇 여성의 로망인 건 알겠는데 최근 한나라당 공천에 줄을 선 폴리널리스트. 더욱이 나와 정치적 견해도 정반대이니 그의 인기를 내 식대로 평가절하하면서 나의 자존감을 치켜세운다.

뭐 놀이의 방식은 이런 식이다. ‘명사 비교 놀이’는 분야·인물·국경·성별에 제한이 없는 아주 저렴한 공상 유희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주제 사라마구, 유력한 미국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까지 상대는 무한정하고 선정 기준은 가차 없다. 그런 가운데 요즘 이 놀이의 유희를 위협하는 상대가 나타나 비상이다. 나서 장성할 때까지 특정인물을 조직적으로 비호해서 명사로 다듬는 극히 드문 사례를 떠올려보자. 이건 꼼수 찾기도 어렵다. 요컨대 수중에 44만원을 10년간 2억원으로 불릴 재주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금 얘기하는 그에겐 있다. 단지 혼자의 판단만으로. 이 투자 선견지명 덕에 그는 국내 최대 기업의 차기 오너 자리를 보장받았다. 하늘이 내린 비교 대상한테서 흠집을 찾아 상대적 박탈감을 위로할 해법과 권한이, 놀이의 당사자인 우리에게 없고 사법 당국이 쥐고 있다. 아주 희귀한 비교 대상인 탓이다. 사법 당국은 이 황태자의 천재가 항간의 ‘의혹’처럼 비호세력의 부정한 개입이 만든 위작인지를 규명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약자의 ‘명사 비교 놀이’도 계속될 수 있다.

반이정/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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