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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24시간 사회 / 권귀순

등록 2008-03-17 20:16

유레카
‘밝은 기술’(Enlightened Technologies)이라는 미국 회사는 좀 특이한 물건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로 잠을 팔겠다는데, 빛을 이용해 밤에는 자고 낮에는 깨어 있도록 알려주는 인간의 생물학적 리듬을 변환시키는 장치란다. 작은 전원장치를 주머니나 벨트에 붙이면 빛은 광전자 케이블을 타고 안경 렌즈에 붙어 있는 유리섬유 다발까지 이동한다. 눈에 전달되는 빛을 조절해 사람의 24시간 리듬을 새로 시작하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밤과 낮의 경계가 무너진 ‘24시간 사회’가 도래한 시대의 점묘화다.

지구의 하루는 24시지만 인체시계는 25시다. 몸속의 시계는 세상이 어둡다가 밝게 바뀌는 것을 실마리로, 아침마다 1시간 늘어진 생체태엽을 조인다. 거의 모든 호르몬은 이러한 24시간 리듬에 따라 분비된다. 호르몬 작용을 통해 체온, 혈압, 소변, 소화를 조절한다. 잠잘 때 나오는 호르몬은 아이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어른들의 근육과 결합 조직을 유지하도록 돕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쥐는 잠을 못 자게 하면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잃고 약 3주 뒤에 이유 없이 죽는다.

새벽 두 시에 김밥을 사먹을 수 있고 자정에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24시간 사회’. 리언 크라이츠먼은 <24시간 사회>(2001)에서 이 현상이 새로운 이중계급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봤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많은 돈을 쓰는 사람. ‘시간 없는’ 시대를 상업화해서 수면 시간까지 침범하려는 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개방 압력이 교육시장에까지 밀려왔다. 반대 여론이 들끓는 서울시의회의 ‘24시간 학원교습 허용’ 조례안이 원안대로 상정돼 오늘 본회의 표결에 들어간다. 만약 통과된다면 아이들은 수면권을 잃어버려 지금까지는 들어본 적 없다던 “공부하다 죽는 학생”이 속출할 수 있을 것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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