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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총선 ‘캐릭터’ 네 가지 유형 / 김조광수

등록 2008-03-31 19:22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야!한국사회
한국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캐릭터가 다양해진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시라. 비슷비슷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비슷비슷한 줄거리의 영화가 얼마나 많았나. 그런데 최근에 제작된 영화는 많이 달라졌다. 듣도 보도 못한 이른바 ‘4차원’이라 이르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관객들의 기대에 잘 부응하는 캐릭터의 힘으로 또 어떤 영화는 관객들의 예상을 뒤집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재미를 준다. 캐릭터들의 향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시대가 온 것이다. 영화를 기획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도 단연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영화판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곳이 있으니 한국의 정치판이다. 총선을 앞두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캐릭터들을 보고 있자면 웃다가 배꼽이 빠질 지경이 되기도 하고 분노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한다. 영화가 따로 없다. 하지만 재미나 감동이 거의 없다. 그것이 문제로다. 이참에 한국 정치판의 캐릭터들을 살펴보자.

# 캐릭터 1. 눈물의 읍소형

멀리는 <엄마 없는 하늘 아래>부터 가까이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까지 관객들은 눈물로 호소하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정치인들의 눈물은 웬만한 배우들 뺨친다. 줄줄이 울면서 기자회견을 한다. 형님 공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게 했던 분도 울고 또 운다. 그렇다면 이분들 성공할까? 글쎄다. 불치병에 시한부를 죄다 끌어 와도 진심이 통하지 않으면 말짱 헛것이 된다. 대박을 꿈꾸다 쪽박을 찼던 신파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아채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 캐릭터 2. 스타들

하늘의 별에 비유되는 스타들. 정치판에도 스타는 많다. 대통령에 도전했거나 당내 경선에 뛰어들었던 분들과 각 당의 대표, 대변인 출신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들이다. 팬클럽의 지지는 기본이 된 지 오래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특별한 매력이 없는 스타들의 영화가 흥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실력을 쌓는 수밖에 없다.

# 캐릭터 3. 엉뚱 발랄 4차원

<달콤, 살벌한 연인>의 최강희나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예지원이 4차원으로는 으뜸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숨넘어가다가 어느새 마니아가 된다. 요즘 뜨는 캐릭터다. 당 이름에 특정인을 끼워넣은 ‘친박연대’ 소속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오, 그분들의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꼭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구호에 이르러서는 “유 윈”(You, Win!)이라고 외치고 싶다. 지난 대선에서 온 국민을 웃겨 주었던 허경영씨와 함께 정치판의 4차원들이라 할 만하다. 성공은? 점치기 어렵다. 4차원 캐릭터는 차곡차곡 잘 쌓여야 빛을 발하는데, 이분들은 캐릭터가 쌓일 시간이 없다. 이렇게 되면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생긴다. 하지만 완성도와 상관없이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 영화들도 수두룩하니 거기에 기댈 밖에.

# 캐릭터 4. 내공 연기파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른 <추격자>의 김윤석 같은 이를 들 수 있다. 다양한 조연으로 주연들을 받쳐주던 그가 그동안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무림을 평정했다. 이런 내공 연기파들이 정치판에도 많다. 현명한 관객들을 믿고 열심히 뛰면 쨍 하고 해 뜰 날이 올 수도 있다.

능동적인 관객들이 한국 영화 발전의 원동력인 것처럼 정치도 마찬가지다. 뽑아 놓고 후회하던 버릇은 이번에 끝내 보자. 후보자들을 꼼꼼히 따져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 내는 건 관객들의 몫이다.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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