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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심장에 난 털 / 정남구

등록 2008-04-01 19:28

정남구 기자
정남구 기자
유레카
‘주지육림’의 고사로 잘 알려진 은나라 마지막 왕 주왕에게 숙부이자 신하인 비간이 악정을 그만두라고 올곧은 직언을 계속했다. 참지 못한 주왕은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이 정말인지 보고 싶다”며 비간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꺼내게 했다. 지혜로운 사람의 심장에는 보통 사람보다 구멍이 더 많다는 당시 의학상식을 잔혹한 숙청에 악용한 것이다.

옛사람들은 지혜로운 사람의 심장에는 구멍만 많은 게 아니라, 털도 여럿 있다고 생각했다. 동양 최고의 의서라는 <동의보감>도 심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아주 지혜로운 사람 심장에는 구멍이 일곱 개 있고 털이 세 개 있으며, 중간 정도 지혜로운 사람은 구멍 다섯에 털 둘, 지혜가 얕은 사람은 구멍 셋에 털이 하나 있다.”

보통 사람의 심장에도 구멍이 둘이라고 한다. 하지만 “털은 없다”고 <동의보감>은 설명한다. 그러니, 심장에 난 털이야말로 지혜로운 이와 보통 사람을 가르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 된다.

심장을 해부해 본 오늘날의 의사들은 누구의 심장에도 털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심장에 털 난 사람’이란 표현은 여전히 살아있다. 물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칭송은 아니다. 잔꾀를 부려 남을 속이는, 음흉한 사람을 비꼬는 표현이 되었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총선 공약에서 쏙 뺐다. 하겠다는 것인지 안 하겠다는 것인지 계속 얼버무린다.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이 아주 많아, 이를 전면에 내걸었다가는 자칫 불리해질 수 있을 테니 총선전략으로서는 지혜롭다 할 만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비밀리에 대운하 건설 추진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왔다고 한다. 그 심장에 정말 털이 나 있는지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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