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공감 변호사
야!한국사회
에이즈에 감염된 외국인은 추방되어야 하는가?
상담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한다. 국내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외국인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출입국관리소에 알려졌다. 물론 바로 출국명령이 떨어졌다. 그 외국인은 선진국 출신이었기에 한국을 떠나라는 출국명령이라도 나온 것이지, 보통은 바로 강제퇴거 결정을 받고 보호소에 수용된다.
그런데 그 외국인에게는 오랜 기간 사랑한 한국 연인이 있었다. 어떻게든 추방만큼은 막아보려 두 사람은 바로 혼인신고를 하고, 출입국관리소에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바로 출국해야 한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느끼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너무도 진지했다. 특히 연인을 배려하는 한국인의 태도는 지켜보는 사람을 숙연하게 하는 감동이 전해졌다. 그러나 소송을 진행하는 것 외의 다른 방법은 없었다.
17대 국회의 끝에서 언론의 관심을 조금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처리된 법률안이 하나 있다. 2008년 3월21일치로 개정 공포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 그것이다. 국회는 사실상 회기 종료 시점이 다가와서야 정부안과 인권단체안을 절충해서 시급하게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 감염인에 대한 문제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8년 개정된 법률은 익명 검사를 제도화하고, 검사 결과를 본인 이외의 사람에게 통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일정한 제도적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법의 언어와 규정들에 기본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공포를 통한 감시와 통제’라는 관점 그 자체에 있다.
1987년 법이 제정된 당시에는 에이즈의 전염 경로가 과학적으로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고,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법은 오직 에이즈가 ‘죽음에 이르는 전염성 강한 질병’이라는 ‘공포’를 대중적으로 확산해서 ‘예방’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식을 수행해 왔다. 에이즈는 동성애자 질병이고, 외국인들이 에이즈를 확산시킨다는 편견은 그러한 공포를 통해 재생산되며, 그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의학적·우생학적 근거를 만들어내 왔다. 초기 예방 정책은 에이즈가 외국인에 의해 전염되는 질병이라는 관점에서 정책이 수립되면서 감염 외국인에 대한 신속하고 강력한 배제를 특징으로 하는 제도와 관행이 확립되었다.
에이즈는 알려진 전염병 중에서 전염력이 가장 낮은 유형의 질병 중 하나다. 일상적인 생활을 함께하는 것으로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법은 우리의 인식에 여전히 차별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국인에 대한 강제 격리 조항은 삭제되었지만, 외국인에게는 강제추방 절차가 진행된다. 질병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인종적 장벽과 만나 ‘사회적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추방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면 바로 추방하는 제도는 외국인들의 자발적인 에이즈 검진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일찍 감염 여부를 확인해 치료하고 전염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는 것이다. 또한 감염이 확인된 외국인들도 강제 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식적인 치료와 체류 절차를 포기하고, 미등록 체류를 선택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과 같이 감염 사실만으로도 외국인을 추방하는 외국의 입법례는 극히 일부의 경우에 불과하다. 강제 격리와 강제 퇴거는 그 인식의 차별적 근거를 같이하는 것이다. 내국인에 대한 ‘강제 격리’가 부당한 것이었다면, ‘외국인’에 대한 강제 추방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제 우리 사회도 다른 관점으로 접근을 시작할 때다. 정정훈/공감 변호사
한국과 같이 감염 사실만으로도 외국인을 추방하는 외국의 입법례는 극히 일부의 경우에 불과하다. 강제 격리와 강제 퇴거는 그 인식의 차별적 근거를 같이하는 것이다. 내국인에 대한 ‘강제 격리’가 부당한 것이었다면, ‘외국인’에 대한 강제 추방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제 우리 사회도 다른 관점으로 접근을 시작할 때다. 정정훈/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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