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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독자의 주권 / 권귀순

등록 2008-04-14 21:57

유레카
1842년 신세계 문물을 보러 보스턴을 방문한 찰스 디킨스의 눈에 처음 포착된 것은 “미국 사회를 망치고 있는 끔찍한 동력기” 언론이었다. 광고로 제작 비용을 충당하고 독자에게는 단돈 1페니만 받는 ‘페니 프레스’라는 대중영합지가 퍼질 무렵이다. 디킨스에게 비친 미국 신문은 “중요한 것을 제멋대로 무시해 버리고 진실을 아무렇게나 오도”하는 것이었다. 공동체 토론문화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싹을 찾으려 했던 알렉시스 드 토크빌도 “여론이란 같은 쪽에서 공세를 취하게 되면 결국은 그쪽으로 기우는 법”이라며 잠재적인 ‘다수의 횡포’를 경계했다.

수정 헌법 제1조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미국에서도 소유집중을 경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 일간지의 경우 지난 6개월 동안 유료 발행부수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신문공개법을 1912년 제정했고, 45년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반독점법이 매체산업에도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47년 민간기구로 구성된 ‘허친스위원회’는 신문의 사회적 책임을 재확인시켰다. 영국과 독일도 정부가 직접 꾸린 왕립신문조사위원회와 귄터위원회를 가동해 소수의 독점이 언론 공공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또한 신문업의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특수 지정고시제를 만들어 무가지 배포를 제한하고 있다.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1908~2006)는 타계하기 2년 전에 쓴 마지막 저서 <경제의 진실>에서 “시장경제란 사기다”란 결론을 내렸다. ‘소비자 주권’의 허구를 비판한 <풍요한 사회>(1958)의 결론과 상통한다. 소비자가 왕이며 상품의 선택권을 쥐고 있다는 ‘소비자 주권’은 광고나 판촉을 통해 원치 않는 소비자들의 욕망까지 창출함을 간과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의 신문고시는 ‘소비자 주권’을 제대로 작동시키려는 불공정 규제다. 자전거와 상품권 끼워주기 시장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신문고시를 재검토하겠다니 의아할 뿐이다. 규제완화가 불공정 규제 완화를 뜻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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