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소득세가 미국에 처음 도입될 때 부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법인투자 소득을 포함해 4천달러가 넘는 소득에 2%를 매기는 ‘경과세’가 1894년 제안되자, 워드 매컬리스터라는 이름의 상류층 지도자는 “법이 통과되면 나라를 떠나겠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그래도 법이 통과되자 부자들은 법원으로 달려갔다. 월스트리트의 실력자 윌리엄 구드리는 플록이란 사람을 소송당사자로 내세우고, 고객들한테 소송비를 지원받아 쟁쟁한 변호사들을 동원했다. 법원은 처음에는 부동산 수입에 이 세금이 적용된 경우에만 무효라고 했다가, 결국 모든 경과세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소득세 논란은 수정헌법 16조가 1913년 비준되고 나서야 마무리됐다. 참여정부 때 도입된 종합부동산세가 헌법재판소를 몇 차례 드나든 것은 이에 견주면 심한 수난도 아니다.
세금은 잘못 건드리면 권력이 날아간다.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는 ‘인두세’로 치명상을 입고 낙마했다. 집과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만 물리던 지방세를 없애고 모든 주민에게 똑같이 세금을 부과하자는 게 도입 취지였는데, 지방 곳곳에서 소요가 일어나고 런던에서는 대규모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인두세 도입으로 득을 본 사람은 800만명, 손해를 본 사람은 2700만명이었다. 대처가 물러난 뒤 인두세는 폐지됐다.
세금을 없애거나 깎는 정책은 반대로 인기를 끈다. 당장엔 득 보는 사람만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감세는 버릇되기 쉽고, 자칫 나라 재정을 골병 들게 한다. 레이건 집권 때부터 감세정책을 즐겨 써 온 미국은 당시 2조달러이던 나랏빚이 지금은 10조달러에 육박한다. 다른 나라라면 국제통화기금이 벌써 뒤통수를 때렸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감세’를 본격화하려 한다. 5년 만에 나라재정이 거덜날 리야 없겠지만, 우리는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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