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기자
유레카
당나라 때 시인 소동파는 “목숨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복어의 맛을 높이 쳤다. 시인다운 표현인데, 실제 그 맛을 즐기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테트로도톡신(TTX)이라 하는 복어의 독은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1천 배나 강해서, 2밀리그램만으로 사람을 숨지게 한다. ‘검복’의 간에 있는 독은 32명의 목숨을 뺏을 정도다.
복어의 독은 해저 퇴적물에 있는 세균이 만들어 먹이사슬을 타고 복어 몸에 쌓인 것이다. 독 없는 먹이로 키운 양식 복어엔 독이 없다. 독은 복어 내장에 많고, 특히 간과 난소에 많다. 하지만 모든 복어가 그런 건 아니다. 밀복, 은띠복 따위는 근육에도 강한 독이 있어 먹으면 큰일난다. 전세계 120여 종의 복어 가운데는 사람이 아직 독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종류도 많다.
‘인간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도 복어의 독과 닮은 점이 많다. 0.001g의 극소량으로 병을 옮길 만큼 아주 위험하다는 점이 우선 그렇다. 먹이(동물성 사료)가 문제라는 점, 뇌·내장·척수 등에 특히 많지만 소의 다른 부위에서도 발견된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하지만 변형 프리온은 물에 씻겨나가지 않고, 오래 끓여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복어 독보다 훨씬 독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이끈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광우병 위험 소도 특정 위험물질을 제거하고 먹으면 독을 제거하고 먹는 복어처럼 안전하다”고 했다. 광우병은 물론이고, 복어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한 소리다. 근육에 독이 있을 위험이 큰 복어를 먹어도 된다고? 내장 등에만 독이 있는 복어도 반드시 전문 조리사가 조리해야 한다. 그렇게 조심했어도 1991∼2004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135명이 복어 독에 중독돼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5월이면 우리나라는 이제 인간 광우병 임상시험장이 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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