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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관료의 길 / 여현호

등록 2008-05-07 19:43

여현호 논설위원
여현호 논설위원
유레카
11세기 말 북송 조정은 왕안석의 개혁 입법에 대한 찬반에 따라 신법당과 구법당으로 갈라졌다. 채경(1047~1126년)은 구법당이 대거 숙청된 데 힘입어 젊은 나이에 개봉부 지부로 고속 승진했다. 개봉부는 여러 신법을 시범 실시한 곳이다. 덕분에 그는 십수년 동안 대표적인 신법당으로 꼽혔다.

1085년 신종이 죽고 어린 철종 대신 선인태후가 수렴청정에 나서면서 바람이 바뀌었다. 구법당인 재상 사마광은 신법을 하나하나 폐지했다. 이때 모역법(募役法)이 논란이 됐다. 강제 공역 대신 토지 보유 정도에 따라 돈을 내고 그 돈으로 실업자 등을 고용해 필요한 노동을 하게 한 모역법에 대해선 백성들의 호응이 높았다. 사마광이 이 법을 곧바로 폐지하려 하자 구법당 안에서도 신중론이 무성했다. 이때 이미 신법 반대파로 돌아선 채경이 발벗고 나섰다. 그는 닷새 만에 자신이 관할하는 여러 현에서 신법을 혁파하고 구법을 회복했다. 잡음이 많았지만, 대신 재상의 눈에 들었다.

10년 뒤 철종이 친정에 나서면서 다시 신법당이 득세했다. 재상 장돈은 모역법을 되살리되 혼란을 막기 위해 시간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그때 또 줄을 바꿔 선 채경이 “이전에 변법을 시행할 때처럼 하면 됩니다. 무슨 논의가 더 필요하겠습니까”라며 이번에도 팔을 걷고 나섰다.

바람 부는 대로 처신한 채경은 52살 때부터 네차례에 걸쳐 16년 동안 재상을 지내는 등 조정을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후대의 역사는 그를 나라를 망하게 한 여섯 간신, 곧 ‘북송 6적’의 맨 앞자리에 놓았다.

말 바꾸는 관료가 요즘이라고 없으랴. 금산분리·출총제·대운하 등 꼽자면 많다. 몇 달 전까지 ‘위험하다’던 미국 소도 ‘안전하다’고 우기는 판이다. 그렇게 함부로 소신과 원칙을 버리라고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연금을 주는 건 아닐 게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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