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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인지 부조화’ 해소법 / 권귀순

등록 2008-06-09 20:36

유레카
‘한결같다’는 말은 대개 상대를 칭찬할 때 쓰는 말이다. 반대로 한결같지 않은 사람에게는 ‘줏대없다’, ‘위선적이다’라고 낮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행동의 일관성이 있는 사람을 본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심리상태를 이론화한 것이 미국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이다.

그는 돈과 직장과 명예와 가정을 훌훌 버리고 종말교에 빠져든 사람들 틈에 끼어 잠입 연구를 했다. 대홍수가 오리라는 날, 애타게 우주선을 기다리던 신도들에게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그것은 계시의 빛이 아니라 방송사 취재진의 조명이었다. 종말이 오지 않았다는 것보다 놀라운 것은 한 신도의 ‘상황 정리 멘트’였다. “밤새도록 앉아 있던 소수의 신자들이 너무나 많은 빛을 퍼뜨려 신께서 세상을 구원하기로 결심하시고 홍수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페스팅거는 자신의 태도나 가치관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합리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청와대를 향해 번져가는 촛불시위에 대한 권부의 반응을 보면 극심한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려는 행태를 읽을 수 있다. “그때(노무현 정부 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지.”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함으로써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려 든다. “질 좋고 값싼 쇠고기를 먹게 해주는데 ….” 문제 자체를 재구성해 중대성을 ‘과소평가’하면서 합리화하는 방법이다.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기도해 달라.” 이는 ‘상대방’의 오류를 발견해 자신의 정당성을 찾으려는 태도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인지부조화 해소법은 부작용만 키운 감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 “내가 틀렸어”라고 기존 생각을 아예 ‘변경’하는 거다. 그러지 않으면 “세상에 내가 이런 사람에게 표를 던졌다니!”라는 불평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 말에 담긴 합리화는 촛불 시위자들의 인지 부조화 해소법이기 때문이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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