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1950년대 중반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식품연구소(CCPC)에서는 세계 식품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 옥수수에서 뽑아낸 액상과당(HFCS)이 바로 그것이다. 과일이나 식물에서 추출한 액체상태의 당이라는 뜻의 액상과당은 사탕수수나 사탕무로 만든 설탕보다 더 달면서도 가격은 훨씬 쌌다.
그러나 실용화는 십여년 뒤인 71년 일본의 한 연구소가 인체에 해롭지 않은 조효소로 액상과당을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을 때부터 이뤄졌다. 덕분에 과잉생산으로 처치 곤란이던 미국산 옥수수 소비에도 새로운 해법이 열렸다.
단맛이 더 강한 펩시콜라에 고전하던 코카콜라는 80년 설탕 대신에 자사의 모든 제품에 액상과당을 쓰기로 했다. 생산비를 낮추면서도 단맛은 증가된 코카콜라가 대성공을 거두자, 펩시도 뒤를 따랐다. 과일주스류 등 각종 음료수와 과자·잼·통조림 등 거의 모든 식품회사들도 비싼 설탕 대신 값싼 액상과당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액상과당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를 줄이기 때문에 액상과당이 든 음식을 먹으면 배부른 것을 잘 느끼지 못해 과식을 하게 된다. 설탕이 든 콜라는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속이 매스꺼워져 먹는 데 한계가 있지만, 액상과당이 든 콜라는 1~2리터를 한번에 마실 수 있고, 몇 분 뒤면 또 입맛이 당긴다. 탄산음료가 비만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이유의 하나다. 액상과당이 탄산음료에 쓰인 뒤 미국 청소년의 비만율이 6~16%포인트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다.(<독소 죽음을 부르는 만찬> 랜덤하우스)
옥수수값 상승 등으로 액상과당 가격이 올라 국내 제과 및 음료업체들이 다시 설탕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해가 될까? 과일 등 자연식품에서 당분을 섭취하고,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든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는 것이 정답이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