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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10대들을 해방하라! / 우석훈

등록 2008-06-18 21:17

우석훈 /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우석훈 /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9차 개정헌법의 제119조는 흔히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불리는데, 국민경제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조정은 이 119조에 근거해서 작동한다. 전경련을 비롯한 우파 단체들이 헌법 개정을 요구할 때 맨 먼저 폐지를 거론하는 것이 이 119조다. 그리고 진보진영에서 오랫동안 우파들의 헌법 개정 요구에 잘 응하지 않았던 것은,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과 121조의 이른바 경자유전 조항을 지킬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장관과 수석들 중 농지투기꾼은 법률 위반이 아니라, 헌법 위반자들이다. 자, 잠깐 이 119조를 살펴보자.

“①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2000년 4월 헌법재판소가 과외교습 금지 법령에 대해 내린 위헌 결정을 바꾸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항이다. 학원이 기업화하고, 드디어 코스닥에 상장된 이 시점, 학원이 벌어들이는 돈은 생산성과 전혀 상관없이 부모들 주머니에서 그냥 나오는 돈이다. 이 ‘거대한 거품’은 부모들의 경제적 삶도 황폐하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21세기에 꼭 필요한 지식, 즉 창작과 응용의 능력을 1970년대식 반복과 주입의 암기에 의해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 상태로는 국민경제 내부의 지식 부족에 의해서 21세기에 한국 경제는 선진국 대열은커녕 중남미 형태로 도태되는 수밖에 없다. 억울한 것은, 부모들은 돈은 돈대로 쓰면서 학생들은 바보가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0교시 부활 그리고 서울시의 야간 학원 연장에 의해서 지금 10대들은 최소한의 생리적 권리인 수면권마저도 위협받는 실정이다.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푸는 몇 가지 수단이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헌법재판소의 2000년 결정에 제약 조건이 걸려 있다. 바뀐 국제적인 경쟁 방식에 한국 경제도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중등교육 체계와 고등교육 체계에 큰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헌법재판소가 지금 걸림돌이다. 결자해지라고, 이런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가 어떻게든 풀어주면 좋을 것 같다.

방향은 두 가지로 보인다. 중고등학교에서 반복식 교육을 멈추기 위해서는 패턴화된 수업을 대폭 축소하고, 독서와 문화경험 등 창조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수업시간은 3시 이전에 끝내고, 수요일은 아예 수업을 없애는 대신, 과외나 사교육이 아니라 독서 프로그램과 음악·미술 등 예술교육, 혹은 실험이나 과학탐구와 같은 사회교육으로 전환하면, 10대들의 창의력도 높이고, 교육의 다양성도 만들어낼 수 있다.

고등교육은, 4만달러 국가인 스위스 수준의 연간 50만원 정도 등록금에 맞추고,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듯이 학년별로 다른 학과 혹은 다른 대학으로 전학갈 수 있는 공교육 네트워크를 만들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약간 복잡한 재정적 계산이 필요한데, 10조원씩 쓸데없는 데 그냥 세금을 환급하겠다는 이명박식 포퓰리즘보다는 차라리 국가 재원을 대학에 쓰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대학 연간 등록금 100만원 정도가 정책적으로 불가능할까? 가능한데, 안 하는 것이다.

10대들을 암기교육에서 해방시키고, 20대들의 새 출발을 지원하는 것, 이런 포퓰리즘이 진짜 포퓰리즘일 것이다. 포퓰리즘이라도 좋다. 제발 다음 세대에 투자 좀 해주시라.

우석훈 /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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