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세네갈 대통령 셍고르라는 이름을 내가 기억하는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공항로 옆에서 이름 없이 깃발을 흔들도록 동원된 사람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6년 동안 수없이 공항로에서 깃발을 흔들었고, 그렇게 전두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전두환은 학살 위에 세운 내치의 불안을 외치로 없애려 꽤나 노력했고, 결국 88 올림픽으로 국민의 눈을 돌리는 데 성공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내치를 하기도 전에 외치에서 실패하고, 100일도 지나기 전에 실패한 외치로 내치가 통치 불능 상태로 내몰려서, 협약·조약, 그런 급도 아닌 작은 ‘양해각서’ 하나의 실패로 중·고등학생들로 하여금 “이명박,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팻말을 들게 만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외치 실패로 내치가 어려워진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적으로만 검토해 보자. 고시 시행 이전 정부에는 선택사항, 즉 외교적 옵션이 많았는데, 이제 고시 시행으로 그 선택권이 엄청나게 좁아졌다. 고시 시행 전에는 기다리면 미국이 급한 경우였는데, 이제 고시가 시행돼 미국은 급할 게 없고, 정부만 급하게 됐다. 물론 급하다는 것도 못 느끼는 것 같다. ‘외교치’라는 일본 외교가의 소문대로, 외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내치로 풀려고 하니, 전국의 쇠고기 쓰는 식당과 급식들을 단속해야 하고, 행정비용이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게 되었다. 불가능할 것이다. 환경 용어로 표현하면, ‘청정 생산’으로 가능할 것을 ‘종말처리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행정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오염 배출원을 못 잡으면 나중에 단속지역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대기오염·수질오염의 경우와 똑같다.
자, 이 문제를 순리대로 풀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냉정하지만 미국은 우리에게 참고사항이 아니다. 타이슨 푸드를 비롯해 미국 축산업을 좌우하는 다국적 기업과 한국의 축산업은 어차피 규모와 방식이 다르기에, 소규모 축산의 눈으로 봐야만 한다. 흐름상으로는 유럽이나 일본이나 ‘대량 생산’에서 ‘식품 안전’ 그리고 ‘윤리 축산’ 쪽으로 넘어가는 중이고,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이 이렇게 한다. 당연한 것이, 유럽도 일본도 자국의 축산농이 카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 대통령만 모른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규모화가 아니라 ‘내실화’ 축산을 3단계로 나누면, 한국의 축산 정책은 지금 0단계에 있다. 1단계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가입, 2단계는 안전 축산, 3단계는 윤리 축산 단계인데, 스웨덴이 미국 소를 3단계 방식으로 막고 있다. 일본은 2단계 정도가 있다. 민망하게도 우리는 0단계다. 축산 정책이라는 내치에서 지난 10년 동안 사실 우리는 한 게 없다. 유럽이나 일본 방식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동등성의 원칙’, 곧 국내 축산업계와 수입업계에 같은 기준을 제시하면 된다.
국내 쇠고기 관리를 전수 조사, 안전 축산, 유기 축산, 윤리 축산 등으로 단계를 높여 가면서 국내 업자 보호와 안전한 쇠고기 수입이라는 목표를 충족하면, 세계무역기구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재협상도 하고 기준도 높일 수 있다. 그 끝까지 가면 한우 수출도 가능하다. 그걸 하란 말이다. 외치로 실패하여 내치에서 식물이 된 정권, 내치에서 정책 전환을 해서 외치도 성공하란 말이다. 아니면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된다.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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