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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촛불집회와 음모론 / 김지석

등록 2008-07-09 21:11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자코뱅은 프랑스혁명 때 제3 신분 대표들이 자주 모였던 수도원의 이름으로, 자코뱅당은 혁명의 전과정에서 과격파로 꼽혔다. 당시 예수회 수사였던 아베 바루엘은 <자코뱅주의의 역사에 대한 설명적 회고록>에서, 프랑스혁명은 자코뱅당 핵심 인사들의 음모의 산물이라고 강변한다. “혁명 기간 중에 일어난 모든 것은 가장 가증스러운 범죄의 결과였다. 비밀결사들에 의해 오랫동안 획책되고 있던 음모를 배후에서 조종했던 사람들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반혁명 진영의 일반적 정서를 반영한다. 구체제의 모순 심화와 부르주아 계급의 성장 등 혁명의 구조·역사적 요인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곧, 이들의 음모론에는 소수 음모가만 제거하면 옛 질서가 유지될 거라는 자기 암시적 기대가 깔려 있다. 물가 폭등과 실업 등 일시적 요인에서 혁명 원인을 찾는 시각에서도 이런 기대가 나타난다.

하지만, 상황은 이들의 생각과 정반대로 진행된다. 역사가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59)은 프랑스혁명의 원인을 오히려 경제발전과 정치적 자유의 확장에서 찾았다. 이전보다 악은 적어졌지만 악에 대한 국민의 감수성은 더 예리해져 혁명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음모론에 근거한 기득권층의 행태는 이런 감수성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두 달이 훨씬 지났다. 정부·여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피디수첩’ 등 몇몇 방송 보도와 전문 시위꾼의 선동 탓에 촛불집회가 장기화했다고 말한다. 바루엘 식 음모론이다. 이런 인식이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대응과 악의적 무시로 이어지고, 그 결과 국민의 감수성은 예리해지다 못해 분노로 바뀌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얼마나 깊이 인식하고 있는지 우려된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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