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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한승수 총리의 달콤한 인생 / 성한용

등록 2008-07-22 19:46수정 2008-07-22 21:51

성한용칼럼
요즘 정가에서는 한승수 총리가 단연 화제다. 국회 긴급 현안 질문에서 보여주는 ‘전투력’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의 추궁은 ‘사이드 스텝’으로 비켜 간다. 답변 도중 야당 의원이 말을 자르면 “가만히 계세요. 시간을 줘야 답변할 것 아닙니까”라고 ‘야단’까지 친다. 한나라당 의원들과는 죽이 척척 맞는다.

“대선캠프 출신 구본홍씨를 와이티엔 사장에 임명한 것은 언론장악 시나리오에 의한 것 아닙니까?”(김종률 민주당 의원)

“구본홍 사장은 엠비시의 보도본부장까지 한, 그 분야의 능력이 출중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한 총리)

“엠비시를 진정한 공영방송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진성호 한나라당 의원)

“저희들이 좀더 심각하게 검토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한 총리)

풀이하자면, ‘구본홍 사장은 능력이 뛰어나니까 와이티엔 사장을 시켰다’는 것이고, ‘엠비시를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기로 작심한 듯하다. 오죽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기대 이상으로 대처를 해 주셨다”고 칭찬을 했을까.

발언 내용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 총리는 자주 미소를 짓는다. 본인은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는 생각에서 방어막을 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죽거림’이나 ‘비아냥’으로도 읽힌다. 그는 야당 의원들과 촛불 민심의 분노를 한껏 부추기고 있다.

한 총리는 1936년생이다. 일흔이 넘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강의를 하다가 80년 국보위 입법회의 재무위원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에서 상공부 장관, 김영삼 정부에서 주미대사,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외교통상부 장관, 유엔총회 의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이른바 ‘엠비맨’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가 됐다. 지난 2월 총리 인사에 개입했던 관계자는 “통합의 상징이 필요했다. 어차피 일은 대통령이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굴 마담’이었다는 얘기다. 그런 한 총리가 어느 사이 정권의 ‘앞잡이’로 둔갑하고 있다.

그는 쇠고기 파동이 커지자 6월6일 연세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시국토론회에 자진해서 참석했다. 그로서는 학생들이 밀가루라도 던져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며 미진했던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리고 나흘 뒤 내각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촛불이 잦아든 지금, 그는 쇠고기 파동의 책임을 ‘피디수첩’에 떠넘기고 있다. 물러날 용의가 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는, “다시 이 자리(국회)에 서고 보니까 송구한 생각이 든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직에 임하고 있다”고 여유를 부린다. 기막힌 처신이다. 하긴 총리가 될 때 야당 의원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국보위 훈장’을 반납했던 사람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이런 평가를 했다.

“화려한 경력을 보고 그를 발탁했다. 하지만,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총리에 앉히는 것을 보고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그동안 국회 파행을 이유로 총리 교체를 미뤘다. 이제 국회가 열렸으니 총리를 교체해도 국정 공백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승수 총리를 즉시 교체해야 한다. 그게 촛불민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한 총리가 영혼 없는 출세주의자라면 그를 그냥 두는 것은 정권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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