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한국어판 위키백과에 따르면, 열대야라는 용어는 일본의 기상 수필가인 구라시마 아쓰시가 만든 말이라고 한다. 하루 중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을 기록할 때를 일컫는다. 그는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는 때는 초열대야라고 이름지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에도 열대야라는 말이 있다. 다만, 유럽의 기준이 되는 최저기온은 섭씨 20도다.
우리나라 열대야 일수는 1900년대 초반에 비해 최근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1910년대는 연평균 1~2일 정도 열대야가 나타났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6일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최저 기온만으로 따지는 열대야 통계는 허점이 많다. 잠자리에 드는 저녁 시간에 발생해서 한밤중까지 계속되다가 새벽에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면 열대야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열대야를 시간대에 따라 저녁 열대야(밤 9시)와 심야 열대야(새벽 3시) 및 새벽 열대야로 나누기도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새벽 열대야에 비해 저녁이나 심야 열대야가 훨씬 많았다. 전체 61개 관측지점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저녁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으며, 심야 열대야 현상은 관측지점의 20%, 새벽 열대야 현상은 7% 정도 발생했다.(최광용·권원태 공동 논문, <대한지리학회지> 40권, 2005) 또 저녁 열대야 현상은 열섬 현상의 영향을 받는 내륙의 대도시에서, 심야나 새벽 열대야는 해안가 지역에서 많이 발생했다.
장마가 끝남에 따라 폭염이 다시 기승이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휴가를 떠나는 것 외에는 여름의 불청객을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휴가지 고를 때 참고할 힌트 하나를 소개한다. “해발 고도가 300m 이상인 지역에서는 새벽 열대야 현상이 없고, 800m 이상의 고산지대는 저녁 열대야가 한 번도 없었다.”(위 논문)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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