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한국에서 신자유주의라는 흐름은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외부에서 주입된 신자유주의는 노무현 정부를 만나면서 ‘강화된 신자유주의’로 증폭되었고, 모든 불도저의 우두머리를 건설사 패거리들이 대통령으로 ‘옹립’하면서 ‘토건형 신자유주의’라는 전대미문의 특수한 정치경제를 열어젖혔다. 물론 외국에도 신자유주의는 있고, 일본에도 ‘건설족’ 국회의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희한한 정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처음인 것 같다. 건설과 관련되어 생겨난 이 민망한 흐름은 최소한 국토 정도는 지키겠다는 근대국가의 정의마저 뒤흔든다. 나는 강렬한 쇼비니즘으로 무장한 지독할 정도의 극우적 민족주의에 대해서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영토마저 대충 협상 결과로 내놓고, 국토도 심각할 정도로 유린하는, 그런 황당한 매국노적 시장주의마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독도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나도 그 우려를 공유한다. 그러나 이 흐름 속에서 최근 제주의 문제를 꼭 짚어보고 싶다.
제주는 원래 유배의 땅이고, 그래서 ‘입도’ 즉 언제 제주도에 선조들이 들어왔는가를 묻는 매우 토속적인 방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배타성 역시 주민들의 참여에 의한 직접 민주주의에 의해서 언젠가는 스위스형 모델이나 혹은 덴마크형 모델로 전환될 것이라고 수년째 관심을 가지고 이 땅을 지켜보는 중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떨어져 있는 한국 최대의 섬 제주에서 신자유주의는 유달리 지독하고 악랄했던 것 같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파고를 일종의 등고선처럼 지도를 그려본다면 가장 높은 지형이 서울, 그것도 강남이 아니라, 제주, 그것도 제주도청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몇 번 있다.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가 가장 강력한 곳, 그곳은 강남이 아니라, 대구가 아니라, 바로 신제주와 제주도청일 것 같다.
논란이 있기는 하겠지만, 건국 이후의 경제사의 관점에서 제주를 간단히 살펴보면, 제주도를 그래도 먹고살 만한 땅으로 이끌려고 했던 사람은 밀감농업의 틀을 지원하였던 박정희가 유일한 것 같고, 그 외의 대통령과 위정자는 이 땅에서 무엇을 뺏어갈 것인지만을 고민했던 것이 아닐까? ‘뭍의 것들’ 중 진정으로 제주를 독자적이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보고, 4·3 사건의 땅, 척박한 땅, 그리고 ‘마음대로 뺏어가도 되는 땅’이 아닌 방식으로 사유했던 사람이 진정으로 있었을까?
이 지독한 한국의 신자유주의는 하와이와는 달리, 이 섬의 식수원마저도 위협할 정도로 중산간지대를 골프장으로 채워버렸다. 섬의 경제가 나아졌을까? ‘택’도 없다. 교육 특구는 물론 ‘의료 민영화’의 첫 번째 시험대도 바로 이곳 제주였다는 점이 우연일까? 이런 제주가 이제 한국의 최전방으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해군기지를 집어넣고, 이지스함 기항지를 만들고, 여기에 크루즈항을 끼워넣어 어떻게든 ‘평화의 섬’이 아니라, 새로운 한-미 동맹에 따른 중국의 최전선으로 전락시켜야 속이 풀리겠다는 듯, ‘친환경적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 신자유주의도, 전세계적으로 클라이맥스를 지났고, 한풀 꺾이는 중이다. 제주도는 제주도라는 평화의 길이 있고, 독도는 독도라는 생태의 길이 있을 것 같다. 지나친 쇼비니즘, 지나친 개발주의, 그리고 지나친 신자유주의, 모두 국토를 평화롭게 지키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우리에게 제주는 무엇인가? 그 질문이 평화의 첫 질문이 아닐까?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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