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폐식용유 자동차 / 김종철

등록 2008-08-12 21:02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1900년 파리 국제박람회 때 프랑스 정부는 디젤 엔진 개발자인 독일의 공학자 루돌프 디젤에게 식물 기름으로 가는 자동차를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프랑스는 정제된 휘발유나 경유 등을 구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현지의 식물 기름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디젤은 이 박람회에서 땅콩기름 차를 선보였다. 이 차는 가솔린 엔진 차량보다 연료 효율성 등에서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디젤은 이후 1913년 의문의 사고로 죽기 전까지 콩기름 등 다양한 식물 기름을 디젤 엔진에 실험했으며, 천연 기름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에르빈 롬멜 장군의 전차군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북아프리카 한 전선에서 영국군에 포위됐다. 설상가상으로 경유 보급이 끊어져 오도가도 못하는 독안에 든 쥐 신세가 됐다. 이때 롬멜은 전차의 엔진이 디젤기관이라는 점을 생각해 냈다. 쓰고 남은 폐식용유를 전차에 넣도록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기적처럼 전차가 움직였고, 롬멜의 전차군단은 영국군의 포위를 뚫고 탈출할 수 있었다.

영화배우 출신 아널드 슈워즈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그라츠는 모든 시내버스와 택시의 60%가 폐식용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1994년부터 도입한 폐식용유 활용 정책 덕분에 산속에 갇힌 그라츠의 고질적인 대기오염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다. 일본 교토도 폐식용유 기름으로 청소차와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겨우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바이오 디젤 차를 도입하고 있다. 연간 발생하는 폐식용유 18만톤 가운데 5만톤 가량이 하수관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수질 오염뿐 아니라 아까운 재생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디젤처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는 못하더라도 남들이 개척해 놓은 길도 따라가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