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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한국방송 노조에 필요한 것 / 성한표

등록 2008-08-12 21:03

성한표 언론인
성한표 언론인
시론
이명박 대통령이 적법성과 정당성 논란 속에서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해임절차를 진행시키는 동안 한국방송 노조는 매우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노조는 정 사장의 임기 초인 지난 2004년 말부터 그의 퇴임을 요구해 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최근 정 사장 해임 추진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면서 해임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미묘한 입장은 “케이비에스가 공권력에 침탈당하는 동안 노조는 무엇을 했느냐” 하는 사원들의 항의에 대한 박승규 위원장의 대답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정 사장이 물러나야 하지만, “케이비에스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이나 이사회에서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이 통과되는 것과 같은 방식은 잘못”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노조와 정 사장의 관계는 정 사장이 2005년 6월 한국방송의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한 ‘6·1 경영혁신안’을 내놓으면서 파국 직전까지 치닫기도 했다. 정 사장은 사원들에게 임금삭감 등의 고통분담을 요구했고, 노조는 경영실패를 조합원들의 희생으로 미봉하려 한다고 반발했던 것이다.

이런 태도는 노조가 회사의 경영위기 앞에서 기득권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외부의 의심을 불렀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개입이 노골화하는데도, 정 사장 퇴진이라는 요구를 접어두지 않은 노조에 대한 한국방송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방송 노조가 소속되어 있는 언론노조는 출범 당시부터 강령을 통해 경제주의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 왔다. 강령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 민주언론 수호투쟁에 나선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규약이 규정한 조합의 사업 중에는 사회 민주화와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한 활동이 들어 있다.

한국방송이 오늘과 같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 자리잡게 된 것은 1990년 서기원 사장 반대투쟁을 노조가 적극적으로 이끌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노태우 정부가 서영훈 당시 사장을 면직하고, 서기원씨를 후임 사장으로 임명하자 노조는 방송제작 거부로 이에 항의했다. 정부가 사복경찰을 투입하여 농성 중인 400여 명을 연행하고, 안동수 노조위원장 등 11명을 구속함으로써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한국방송 사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조가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 평상시라면 노조는 무슨 쟁점으로든 경영진과 대립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방송 대표가 권력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내부적인 갈등은 한시적으로라도 덮어두는 것이 옳다. 하지만 노조는 ‘정 사장 퇴진’이라는 애초 요구에 너무 집착함으로써 지나친 경직성을 드러내고 말았다.

노조는 정 사장은 퇴임해야 하지만, 그 후임으로 ‘낙하산 사장’이 오는 것은 반대한다는 주장을 폈다. 정 사장의 해임저지 투쟁에는 소극적이었지만, 후임 사장 선임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투쟁을 위한 사회적 연대의 출발점인 언론노조와의 강력한 결합이 아니라 언론노조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평소 한국방송 노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던 한국방송 기자협회, 피디협회, 경영인협회 등 직능단체들이 ‘공영방송 수호를 위한 사원행동’을 결성했다. 이들의 일차적 투쟁목표는 후임 사장 선임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열리는 이사회를 저지한다는 것이다. 지금 노조에게 필요한 것은 ‘사원행동’과 결합하여 한국방송 내부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고, 상위단체인 언론노조와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일이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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