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정 르포작가
야!한국사회
‘기륭전자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주, 어느 신문에 실린 기사 일부다. “기륭전자는 … 2004년 매출 1711억원, 220억원 흑자를 냈다. 그러나 노조 파업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은 447억원으로 급감했고, 269억원 적자가 났다. 노사 분규 3년 동안 회사가 거덜난 것이다.”
220억원 흑자 뒷면엔 무슨 일이 있었나? 오래전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2005년, 기륭전자에는 “500명의 사원 중 생산직 사원이 300여명 정도이고, 이 가운데 정규직 사원이 10명, 계약직 사원이 30∼40명, 나머지 250여명의 노동자가 파견직으로” 일했다. 많이 들어 외운 “법정 최저임금보다 불과 10원이 많은 64만1850원”을 받으며. 그래서 한 달에 “70∼100시간의 잔업”을 해야 했다.
매출 1711억원 뒷면엔 무슨 일이 있었나? 2005년 10월14일,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 불법파견 실태와 인권침해 사례 증언대회’에서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결혼하게 될 염려가 없는 어린 여성은 6개월, 나이가 차 곧 출산휴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3개월, 아줌마들은 1년, 이렇게 기간을 나누어 고용계약을 맺었다.” “20∼30명을 새로 채용하면 일주일도 안 되어 그만큼의 인력이 잘려나갔고, 조장은 늘 ‘내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하겠다’고 말했다.” “사람을 많이 뽑아놓고는 밉게 본 노동자면 일을 잘해도 자르는 상황에서는 늘 옆 사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해고’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기 싫어 휴대전화를 버리고 싶었겠냐.”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노동자들을 노예로 취급하는 듯한 노무관리에 시달리던”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노조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관리자 눈을 바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자랑스러운 돈 뒤에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불안이 있다. 노동부가 판정하고 회사도 인정한 ‘불법파견’이 있다. 회사는 노동부가 ‘개선 계획서’를 요구하자 ‘개선’이 아니라 더 많은 해고와 도급화를 꾀했다. 아, 해고가 아닌 계약해지란다. 파견회사 직원일 뿐, 하루도 기륭전자 직원이 아니었다며. 몇 년씩 그 회사 밥을 먹으면서 죽어라 일해도 말이다.
앞 기사는 2004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서 매출 감소와 적자가 노조 파업 탓이란다. 회사가 라인 일부를 직장폐쇄 한 게 2005년인데, 지금까지 ‘파업’을 하는 듯 썼다. ‘급감’한 매출과 ‘적자’ 뒤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륭전자 누리집에 공개한 재무정보를 보니 2005년과 2006년 매출액은 1650억원, 1674억원이다. 공시에는 지난해 9월에 중국 쑤저우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했고, 현 회장의 회사를 인수하는 데 395억원이 들었단다. 그런 돈은 저기에 포함되지 않을까. 바뀐 대주주들은 과연 손해를 보았을까. 노동자들처럼 생계 위협을 느꼈을까. 그동안 동원한 용역경비 수도 만만치 않다는데 그 비용은 또 어떤가.
누구는 노동자에게 그런다. “다른 데 취직하지”라고. 기업에 말해볼 생각은 없는가. “용역경비 쓸 돈으로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면 과감하게 정규직화를 추진하지”라고. 벌금 500만원으로 면피 가능한 사회다 보니 기업은 부끄러울 게 없다. 그 잘난 법만 믿고 법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니.
기자가, 단식 뒤 깜빡깜빡 기억을 잊는 노동자나, 마음 아파 사람 살리겠다고 달려온 촛불에 다가가 목소리를 들으면 좋았을 것을. 참, 불법파견 판정은 2005년 8월5일에 내려졌다. 회사문은 검은색이 아니다. 그 밖에 것은 쓸 자리가 없다.
박수정 르포작가
박수정 르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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