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비단벌레 / 김종철

등록 2008-08-27 20:41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경주에서 가장 큰 고분인 황남대총을 1973년 발굴했을 때 화려한 금관 못지않게 눈길을 끈 유물이 있었다. 바로 말갖춤의 일부분인 말안장 뒷가리개였다. 말안장 뒷가리개는 금빛과 함께 녹색의 영롱한 빛깔을 동시에 띠고 있었다. 금동판 뒷면에 장식된 비단벌레 날개가 1500년의 세월을 이기고 본디 색깔을 간직했던 것이다.

이는 같은 양식으로 만들어진 일본 호류사의 옥충주자(불상을 모신 함)보다 최소한 200년이 앞선다. 그러나 말안장 뒷가리개는 사진 몇 장만 남기고 바로 암흑의 상자 속에 갇혔다. 비단벌레 날갯빛의 변색을 막으려 함이다.

2006년 4월 황남대총의 말안장 뒷가리개와 말띠 드리개가 완벽하게 재탄생했다. <울산 문화방송> 다큐멘터리팀(천년불사의 꿈 비단벌레, 연출 박준영)과 전통금속 공예가인 최광웅씨가 함께 노력한 덕분이었다. 복원의 최대 걸림돌은 비단벌레 날개를 구하는 일이었다. 말안장 뒷가리개에 들어가는 날개만도 최소한 2천개가 넘어 1천마리 이상이 필요했다. 비단벌레를 찾기도 어려웠지만, 멸종위기종으로 법적인 보호를 받는 터라 채집 자체가 불가능했다.

때마침 일본 시즈오카현의 아시자와 시치로라는 이가 몇 해 전 비단벌레 양식에 최초로 성공했다. 17년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는 신라 유물 복원 소식을 듣고는 귀한 옥충(비단벌레의 일본 이름) 1천마리를 무상으로 내놨다. 아시자와의 도움으로 복원된 말안장 뒷가리개와 말띠 드리개는 경주박물관에 기증돼 전시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얼마 전 비단벌레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했다. 비단벌레 보호뿐 아니라 생태 연구와 양식 시도 등도 활발해지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 최광웅씨다. 최씨는 신라 말갖춤 전체를 재현하는 일을 외부 지원 없이 홀로 하고 있다. 그의 손에서 부활할 신라 공예품이 국내산 비단벌레로 꾸며진다면 더 낫지 않겠는가.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