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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뉴라이트여, 국제중을 반대하라 / 이범

등록 2008-09-01 21:18

이범 곰TV 강사
이범 곰TV 강사
야!한국사회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학교 학생 선발 과정에서 영어시험은 치르지 않으며, 1·2단계에서 정원의 3배수를 가려낸 뒤 무작위 추첨을 해 최종 선발자를 선정함으로써 사교육을 억제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마디로 어설픈 사기극일 뿐이다.

일단 1단계를 통과하려면 매우 우수한 내신성적이 필요하다. 2004년에 참여정부가 ‘내신성적 위주 대입개혁안’을 내놓자 내신 전과목 관리학원이 대박을 터뜨린 전철이 반복될 참이다. 1단계에는 내신성적에 더하여 시교육청이 주관하는 각종 경시대회 입상 실적이 작용하는데, 이런 경시대회 준비를 학교에서 챙겨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이것들은 모두 사교육의 몫이 된다. 특히 주의할 점은 1단계 통과를 위해서는 경시대회도 한 가지로는 부족하고 두세 가지를 준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2단계에서 작용하는 면접·토론은 또다른 사교육의 뇌관이다. 주의할 점은, 대학입학을 위한 전형요소들 가운데에서도 시간당 사교육비가 가장 높게 드는 것이 면접이라는 사실이다. 본격적인 면접·토론 지도는 선생 한 명당 학생 한 명(또는 기껏해야 네댓 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1·2단계의 공식적인 전형요소들만 종합해 봐도 시교육청이 학원업계에 ‘사교육 종합선물세트’를 던져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영어’가 더해진다. 선발 과정에서 영어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해도, 어차피 입학하고 나면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 그러니 미리 열심히 영어학원을 다녀서 영어로 이뤄지는 수학·과학·사회수업 등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입학한다 해도 낙오할 것이 뻔하다. 그러니 영어는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내신성적, 경시대회, 면접·토론, 그리고 추첨에서 뽑혀야 하니 ‘운’까지 더해야 한다. 영어+내신+경시+면접·토론+운, 이 정도면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넘어서는 ‘펜타곤 초딩지옥’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펜타곤 초딩지옥’을 통과하려면 높은 소득과 엄마의 매니지먼트, 그리고 사교육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결국 국제중 입시는 ‘강남 잔치’가 될 것임을 자신있게 예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완전한 선지원 추첨제라면 모를까, 다단계 전형에서 추첨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은 사교육 억제책이 아니라 사교육 확대책이다. 정원 160명씩 2개 학교이니 총정원이 320명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제2단계를 통과할 학생들은 그 3배수이니 1000명에 육박한다. 시교육청은 학교 2개를 신설하면서 실질적으로는 6개 학교를 신설하는 사교육 유발효과를 내는 ‘신공’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교육청은 국제중이 사교육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좌파고 우파고를 떠나서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주장이 ‘사기극’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것이다. 제작 이명박, 감독 공정택의 사기극. 참고로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사교육비 절반’을 공약한 바 있다.

마침 우리나라에는 새롭고 합리적인 우파를 자임하는 ‘뉴라이트’가 있다. 뉴라이트가 진정 합리적인 우파라면, 이런 대통령과 교육감을 지지한 것을 반성하고, 국제중 설립을 반대할 것을 촉구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창피하게도 사교육비 비중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건전한 민주적 자유시민사회’를 지향하는 뉴라이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에는 앞으로 ‘울트라 뉴라이트’(?)라도 나와야 할지 모르겠다.


이범 곰TV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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