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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민주세력’의 경제철학은 뭔가

등록 2008-09-23 19:54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엠비노믹스’에 대한 근본적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 신문의 논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제 잘된 것 하나도 찾기 어렵다”고 질타하고 나섰을 정도다. ‘경제 살리기’ 하나 바라보고 이명박 대통령의 허물을 눈감아 주었던 유권자들은 참 난감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은 단순하다. 감세, 규제완화, 법치로 대기업의 투자를 늘리면 경기가 살고, 경기가 살면 중산층·서민의 소득과 일자리가 늘고, 그러면 다시 세수가 증가한다는 게 줄거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줄푸세’(줄이고, 풀고, 세우고)도 같은 내용이었다. 결국 이게 우리나라 보수세력의 경제철학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런 ‘공급 위주의 성장론’은 내용이 무척 엉성하다. 원인과 결과를 억지로 연결시켰다.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감세를 하면 대기업이 투자를 할까? 대기업이 투자하면 경기가 살아날까? 경기가 살아나면 소득과 일자리는 늘어날까? 경제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긴 경제 살리기가 그렇게 간단하면 아무나 대통령 해도 된다.

최근 금융위기는,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엠비노믹스’의 이론적 토대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풀이 죽어 있다.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이명박 대통령,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다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기가 살았다. 뉴민주당 비전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연말까지 집중 토론을 거쳐, 내년 1월1일 ‘뉴민주당 선언’을 발표하고, 4월에는 정강·정책을, 6월에는 분야별 세부 정책을 선보일 계획이란다. 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효석 의원은 미국식 금융 선진화 모델을 따르는 정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본통합법 재검토를 비롯해 몇 가지 정책 대안도 제시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하자는 대로 하면 경제가 잘될까? 민주당은 정부의 감세안을 비판하며 부가가치세 한시적 경감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말 그렇게 하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잘 안 될 것이다. 왜냐고? 민주당의 주장은 이명박식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일 뿐이다.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된다’는, 진정한 의미의 대안이 아니다. 민주당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운, 집중력, 전술로 승리했다. 기적이었다. 그런데 자신들이 정말 실력이 있다고 착각을 했다. 집권기간에 역량을 키우지 않고 권력을 즐겼다. 지금 경제에 대한 민주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10년 동안 공부를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민주당만 탓할 일도 아니다. 정당은 사회세력의 전위 조직이다. 한나라당은 보수세력의 전위다. 하지만 민주당은 진보세력의 전위가 아니다. 민주당은 일부 개혁세력, 일부 진보세력, 일부 반한나라당 세력의 ‘짬뽕’ 연합체다. 정체성이 모호한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고민은 우리 사회의 ‘민주세력’, ‘개혁세력’, ‘진보세력’이 함께 해야 한다.


보수세력의 엉터리 경제철학을 비판하기는 쉽다. 그러나 대안을 내놓는 일은 쉽지 않다. ‘질적 성장’, ‘함께 사는 세상’, ‘민주적 시장경제’, ‘제3의 길’ …. 어렴풋한 방향은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경제철학이 없다.

보수의 강점은 유연성이다. 다른 가치를 흡수하며 서서히 진화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보수세력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알 수 없다. 민주세력, 개혁세력, 진보세력이 제대로 된 경제철학을 찾지 못하면 보수가 계속 집권한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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