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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안전한 한우, 그 비용과 편익 / 우석훈

등록 2008-10-01 19:47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1년 전 중국에서 식품의약감독국의 최고 책임자가 사형당한 적이 있다. 멜라민 파동으로 전 세계가 홍역을 앓게 만드는 바로 그 기관의 장관급 인사가 청탁으로 위험한 약품에 대한 허가를 내준 건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인데, 그래도 별로 소용은 없어 보인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은 사형시켜야 해”라고 험한 말을 하지만, 이게 사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만약 중국식으로 문제를 풀어서 해결이 된다면, 한국에서 형장으로 가야 할 사람은 몇 사람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형량을 기계적으로 높인다고 해서 식품안전이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은 너무 뻔하다.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단연 광우병 문제가 맨 앞에 나온 것은 사실이고, 결국 농림식품수산부 장관이 바뀌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조갑제씨를 비롯한 한국의 내로라하는 극우파들은 한우도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의 한국의 지위에 대해 거듭 문제를 삼았다. 좀 웃기는 일이기는 하다. 보통은 좌파들이 국제주의자의 태도를 취하고, 우파들이 쇄국주의적 태도를 취하는데, 어쨌든 촛불집회에서는 원래도 좀 이상한 이 한국의 정치지형이 얼마나 그로테스크한 것인지 적나라하게 다시 한 번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한국의 극우파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비해서 한우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적절한 사실과 또 약간은 부당하다고 할 정도의 지적을 섞어서, 미국산 쇠고기가 “값싸고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무던 노력했다.

‘역지사지’라고 처지를 바꿔 생각을 해보면, 그 순간 한국 축산농가들의 가슴이 얼마나 탔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사람들은 순진하고 순수한 사람들이고, 무슨 일확천금을 노리는 기업가들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사는 정도로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소박하게나마 자신의 일상들을 꾸려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던져진 시련은, 너무 가혹했다. 사실 따져보면,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이들이 길러내는 쇠고기가 최소한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홍보하고, 만약 미비한 점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먼저 개선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드는 것이 옳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그런 정부라면, 동요에 나오는 가사처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어쨌든 이 심각한 국면을 지나고 한국 축산농가들이 자발적으로 광우병 전수조사를 받겠다고 집단적으로 결심을 했다. 이러한 일은, 세계에서 처음 벌어진 일이다. 그만큼 이 사람들의 심경이 절박한 것인데, 어쨌든 다음 단계의 노력을 하겠다는 말이다. 남아 있는 여러 가지 사료 첨가제들을 비롯한 아직도 넘어야 할 몇 가지 장벽들을, 광우병 장벽을 넘어서듯이 넘어서겠다는 말이다.

여기에 농식품부가 반대를 하고 나섰는데, 초기 투자비 522억원을 포함해 총 3860억원이 소요된다는 것이고, 이러면 한우 가격이 더욱 비싸진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3860억원이 비용인 셈이다. 그럼 계산은 간단해진다. 매주 몇 조씩 외환시장에서 날려먹는 돈의 일부라도 떼어, 이걸 정부가 대라. 이걸 한우 값에 반영하지 말고, 국민보건편익으로 계상해서, 우리 세금으로 처리하면 될 거 아닌가? 최소한 촛불집회와 국내 농업의 붕괴보다는, 이 비용이 쌀 것 같다. 농민들이 결심했는데, 정부는 얄팍한 계산기 좀 그만 두드리기 바란다.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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