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진 기자
유레카
어릴 적 ‘사회과 부도’는 늘 친구였다. 책을 싼 달력종이가 잘 닳아서 비료포대 비닐로 단단히 옷을 입혔던 기억도 난다. 그 책에서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도 알았다. 아이슬란드는 우리나라가 중심인 지도 왼쪽 끝 대서양 꼭대기에 늘 쓸쓸하게 떠 있는 섬이었다.
1년의 절반 이상이 영하 이하 날씨고, 국토 거의 대부분이 얼음과 돌, 용암으로 덮여 있다. 남한보다 조금 넓지만, 전체 인구 32만명(전북 익산시 정도) 중 3분의 2가 수도에 몰려 산다. 땅엔 곡식은커녕 나무 심기도 어렵다. 북유럽 문학의 꽃이라는 ‘사가’(Saga)도 이런 척박한 환경이 만들어낸 열매였다. 몇 주나 계속되는 겨울밤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화로에 둘러앉아 긴긴 이야기를 풀어갔고, 유럽인의 상상력의 원천이 된 많은 영웅설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가진 것은 섬을 둘러싼 바다밖에 없었다. 1990년대까지 생선은 이 나라 수출의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생선값이 워낙 불안정해 한 해라도 값이 폭락하면 나라경제가 휘청거렸다. 그렇게는 살 수 없었다. 그래서 무한정 널려 있는 폭포와 지열을 이용해 발전소를 지어 전기가 많이 들어가는 세계적인 알루미늄 제련 업체들을 유치했다. 또 고금리 정책을 유지해 외국 자본을 게걸스럽게 끌어들였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1인당 국민소득은 어느덧 6만4천달러(2007년, 세계 4위)로 뛰어올랐다. 돈을 번 은행들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까지 사들이며 재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맘껏 배를 채워주던 ‘개방의 사과’가 하루아침에 독사과로 바뀌었고 국가는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개방 외엔 대안이 없는 독특한 경제구조 탓도 있었겠지만, 돈을 꿔주기로 한 러시아조차 “해도 정도껏 했어야지”라고 조롱했을 정도라니 수업료치곤 혹독하다. 한 누리꾼은 아이슬란드를 최근 경매에 내놓았다. 최초 경매 시작가는 99펜스(약 1900원)였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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