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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비자금 폭로 / 김종철

등록 2008-10-21 20:33

김종철 논설위원
김종철 논설위원
유레카
1995년 10월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민주당의 박계동 의원이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4천억원의 비자금을 시중은행 40개 계좌에 차명으로 갖고 있다”며 증거로 128억원이 예치된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의 예금 조회표를 흔들었다.

정확하게 13년 하루 만인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을 제기했다. 주 의원은 <월간조선> 2006년 8월호 보도 등을 근거로 “시중에는 디제이 비자금 소문이 무성하다”며, 그 증거로 한 유령회사가 발행한 양도성 예금증서(CD) 100억원짜리 사본을 흔들었다.

박 전 의원이 폭로를 한 다음날 노 전 대통령 쪽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명예 실추에 따른 고발 등 법적 대응을 다 하겠다”고 발끈했다. 주 의원의 폭로를 두고, 김 전 대통령 측근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법사위 국감장에서 “월간조선이 사과 보도했던 사안”이라며 “문제가 있으면 수사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박 전 의원의 폭로 후 검찰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약 5천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4천억원 이상을 감춰두고 있음이 드러났다. 수사 불똥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까지 튀어 그도 2천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주 의원의 폭로에 대해 임채진 검찰총장은 “주 의원이 얘기한 시디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 같은 족집게 폭로가 아니어서 수사에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언론 보도도 그때와 견주면 ‘조용’하다.

박 전 의원은 그해 말 <한겨레 21> 독자가 뽑은 ‘95년을 빛낸 가장 좋은 인물’에 선정됐다. 주 의원은 한 해를 빛낸 인물이 될까, 아니면 근거 없는 폭로쟁이로 손가락질을 받을까? 여당 의원의 보기 드문 폭로의 끝을 주시해 보자.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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