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과외 금지, 국민투표에 부치자 / 우석훈

등록 2008-10-22 21:04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우리에게 경제 공황이 오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금융 교란은 불안한 미래의 시작일 뿐, 이게 2년 지속될지, 아니면 3년 지속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더 불안한 것은 지금 시작된 공황이 3년이면 끝나고 다시 정상적인 국민경제가 펼쳐질지, 아니면 1970~80년대 중남미 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완전히 8자형 경제 혹은 눈사람형 경제가 만개되는 전혀 다른 경제구조로 갈지, 그것 역시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가 그 분기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 경제의 위기는 중산층 붕괴와 함께 경제구조 상층부와 하층부의 사회적 단절을 동반하는 변화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장기적으로 타개할 근본 처방이 바로 교육 부문에 숨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중산층은 너무 많은 개인 소비를 사교육 및 대학 교육비로 지출하였고, 현실적으로 2~3%의 상류층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중산층도 조기 교육 아니면 초등학생 시절의 어학연수 등으로 너무 많은 돈을 교육에 쏟아부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내수 시장은 궁핍할 대로 궁핍해져 버렸고, 이 상황에서 내수를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들이 말라죽은 것이 현 한국 경제의 8자형 구조 등장의 근본 이유가 아닐까 한다.

나는 <한겨레>에 3주에 한 번 글을 쓰는데, 지금부터 세 번에 걸쳐 내가 생각하는 교육 문제의 해법을 얘기해 볼까 한다. 순서대로, 사교육 문제, 대학 등록금, 그리고 중고등학생인 청소년 인권과 강제교육 시간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오늘은 ‘사교육 금지’라는 주제를 다룰까 한다.

2000년 4월 헌법재판소는 과외 금지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전두환 대통령의 이 조처가 교육의 권리 침해라는 것이 사유였다. 물론 당시에도 헌재 내부에서 이견이 있기는 했는데, 어쨌든 지금 와서 보면 국민경제의 상황이 바뀌었고,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고 하는 헌법 119조는 이러한 경우라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헌재에 과외 금지의 위헌 결정에 대해서 재심의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고, 헌법적 효력을 갖는 국민투표를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국민투표가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학벌과 관련된 현재의 고등교육 체계를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와 현재의 사교육 인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두 가지다. 첫 번째 문제는 다음번 칼럼에서 다룰 생각이고, 두 번째 문제는 교사 대 학생 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상당수를 공교육에서 흡수하면 될 것 같다. 소수의 사교육 재벌을 제외하면, 정상적인 한국인이라면 이 방안에 동의하지 않을까? 나의 희망이다.

어차피 3~4년 동안 지속될 경제위기 국면에서 많은 중산층들은 사교육비 지출을 못한다. 이참에 다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은가? 실제 그 시기에 한국 경제가 가장 좋았고, 가장 역동적으로 생산성도 높아졌다. 국민투표로 과외를 금지시킨다면, 내 경제적 상식으로, 한국 경제도 좋아지고, 내수 시장도 살아나며, 2~3%의 부자를 뺀 사람들의 경제적 삶이 윤택해질 것이다. 그리고 10대들의 인권은 물론 창의적 사고도 좋아질 것이다. 전세계에 유례없는 사교육 시장, 이제 그것을 국민투표로 없애면, 한국 경제와 사회도 다음 단계로 진화를 시작할 것 같다. 누가 한국에서 사교육을 지지하고, 누가 한국에서 사교육을 지지하지 않는가? 국가의 경제사회적 운명을 건 국민투표, 이거 해 볼 만한 것 아닌가?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1.

우리는 ‘멍청함’과 싸워야 한다 [왜냐면]

[사설] ‘특검 찬성’ 의원 겁박 권성동, ‘백골단 비호’ 김민전 2.

[사설] ‘특검 찬성’ 의원 겁박 권성동, ‘백골단 비호’ 김민전

“체포 말고 구속” 윤석열 역제안의 이유 3.

“체포 말고 구속” 윤석열 역제안의 이유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4.

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사설] 체포영장 거부하면서 구속영장 응한다는 윤의 궤변 5.

[사설] 체포영장 거부하면서 구속영장 응한다는 윤의 궤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