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야!한국사회
우리에게 경제 공황이 오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금융 교란은 불안한 미래의 시작일 뿐, 이게 2년 지속될지, 아니면 3년 지속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더 불안한 것은 지금 시작된 공황이 3년이면 끝나고 다시 정상적인 국민경제가 펼쳐질지, 아니면 1970~80년대 중남미 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완전히 8자형 경제 혹은 눈사람형 경제가 만개되는 전혀 다른 경제구조로 갈지, 그것 역시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가 그 분기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 경제의 위기는 중산층 붕괴와 함께 경제구조 상층부와 하층부의 사회적 단절을 동반하는 변화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장기적으로 타개할 근본 처방이 바로 교육 부문에 숨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중산층은 너무 많은 개인 소비를 사교육 및 대학 교육비로 지출하였고, 현실적으로 2~3%의 상류층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중산층도 조기 교육 아니면 초등학생 시절의 어학연수 등으로 너무 많은 돈을 교육에 쏟아부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내수 시장은 궁핍할 대로 궁핍해져 버렸고, 이 상황에서 내수를 기반으로 한 중소기업들이 말라죽은 것이 현 한국 경제의 8자형 구조 등장의 근본 이유가 아닐까 한다.
나는 <한겨레>에 3주에 한 번 글을 쓰는데, 지금부터 세 번에 걸쳐 내가 생각하는 교육 문제의 해법을 얘기해 볼까 한다. 순서대로, 사교육 문제, 대학 등록금, 그리고 중고등학생인 청소년 인권과 강제교육 시간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오늘은 ‘사교육 금지’라는 주제를 다룰까 한다.
2000년 4월 헌법재판소는 과외 금지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전두환 대통령의 이 조처가 교육의 권리 침해라는 것이 사유였다. 물론 당시에도 헌재 내부에서 이견이 있기는 했는데, 어쨌든 지금 와서 보면 국민경제의 상황이 바뀌었고,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고 하는 헌법 119조는 이러한 경우라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헌재에 과외 금지의 위헌 결정에 대해서 재심의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고, 헌법적 효력을 갖는 국민투표를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국민투표가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학벌과 관련된 현재의 고등교육 체계를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와 현재의 사교육 인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두 가지다. 첫 번째 문제는 다음번 칼럼에서 다룰 생각이고, 두 번째 문제는 교사 대 학생 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상당수를 공교육에서 흡수하면 될 것 같다. 소수의 사교육 재벌을 제외하면, 정상적인 한국인이라면 이 방안에 동의하지 않을까? 나의 희망이다.
어차피 3~4년 동안 지속될 경제위기 국면에서 많은 중산층들은 사교육비 지출을 못한다. 이참에 다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좋지 않은가? 실제 그 시기에 한국 경제가 가장 좋았고, 가장 역동적으로 생산성도 높아졌다. 국민투표로 과외를 금지시킨다면, 내 경제적 상식으로, 한국 경제도 좋아지고, 내수 시장도 살아나며, 2~3%의 부자를 뺀 사람들의 경제적 삶이 윤택해질 것이다. 그리고 10대들의 인권은 물론 창의적 사고도 좋아질 것이다. 전세계에 유례없는 사교육 시장, 이제 그것을 국민투표로 없애면, 한국 경제와 사회도 다음 단계로 진화를 시작할 것 같다. 누가 한국에서 사교육을 지지하고, 누가 한국에서 사교육을 지지하지 않는가? 국가의 경제사회적 운명을 건 국민투표, 이거 해 볼 만한 것 아닌가?
우석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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