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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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 있은 직후 이를 “부시 대통령이 퇴임 전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변인이 내세운 부시 대통령의 선물 목록에는 이 밖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여 몇 가지 보완을 한 것과 독도 표기를 원래대로 고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부시 대통령의 재협상 ‘결단’이 있기 전부터도 이명박 정부 사람들에게는 미국의 선물이었다. 우리 쪽 협상 대표였던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지난 8월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에서 “선물을 줬다고 하면, 우리가 미국에 준 게 아니라 미국이 우리에게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쇠고기 협상이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게 준 선물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값싸고 질 좋은 미국 쇠고기를 먹게 돼 좋은 것 아니냐’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시 말과 맥락이 같다.
결국 선물을 몰라보고 촛불을 들었던 국민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 ‘몰지각한’ 국민을 일찍부터 준엄하게 꾸짖었던 이가 있었다. 미국으로부터 선물을 받아왔던 당사자였다. 민 전 정책관은 지난 7월 쇠고기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면서 동료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촛불 시위를 “정치적 광란의 파도” “근거 없는 괴담과 선전선동의 거대한 물결”이라고 했다.
민 전 정책관이 그저께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역량평가단장(심의관)이라는 직함으로 친정인 외교부로 복귀했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실무 작업을 이끌었던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얼마 전 끝내 보직을 맡지 못해 퇴직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대선 하루 전에 이뤄진 민동석씨의 화려한 복귀는 어쩌면 미국, 특히 부시 대통령에게 주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물일는지 모른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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