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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진정 국민단합을 원하신다면 / 김미영

등록 2008-11-05 22:11

김미영 고려대 사회학과 강사
김미영 고려대 사회학과 강사
야!한국사회
시중에 <자본>이 잘 팔린다는 소문이 돌고(믿거나 말거나), 자동붕괴론이 맞은 거 아니냐는 농담이 오가지만(우리 집에서는), 우리 모두 생활인이기에 경제위기는 두려운 일이다. 더욱이 어려움은 물도 아닌 것이 왜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 빈민과 저소득층을 먼저 덮치는지. 희망은 고사하고 환상조차 없는 팍팍한 세월이다.

돌이켜보니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은 대단한 헤게모니 동원이었다. 애들 돌반지, 손가락 굵어져 못 끼게 된 결혼 패물 등을 들고 나설 때 (남들은 몰라도 나는) 백 프로 애국심은 아니었다. 그냥저냥 가지고 있던 것 나라가 값 제대로 쳐줘 은행에만 가면 된다니 거 괜찮네 싶기도 했다. 그러나 열 냥짜리 금두꺼비를 든 이나 반 돈짜리 돌반지를 든 이나 하나같이 당당했던 그 대열은 실로 하나된 ‘국민’의 모습 아닌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데 나름 힘을 보탰다는 자랑, 그것이 만든 애국심의 ‘작렬’ 속에 진짜 중요했던 국민단합, 그야말로 알짜배기 단합인 노사정위원회와 노동의 대양보가 이뤄졌다.

위기 앞에 단결을 꾀하려면 평소 더 친하던 쪽에 눈짓하며 네가 참아 나중에 빵 사줄게 하지 않나. 김대중 정권이었기에 노동 니들이 양보해라 할 수 있었고, 먹혔다. 오로지 고용 경직성 때문에 경제가 도탄에 빠진 양했으니, 안 하면 칼 맞을 분위기이기도 했다.(노동 세력이 나중에 받은 빵은 무엇인가? 지금 그들은 비정규직 문제고 뭐고 제 목숨 부지하느라 급급하니 별로 먹을 알이 없었나 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기업 쪽에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국민단합은 무엇을 내용으로 하여 어느 쪽에 눈짓하는 건지?

다음은 하나의 징후일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85.5%가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고 응답해 대기업(58.8%)보다 체감하는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인크루트와 엠브레인이 직장인 16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회사가 감원하거나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중소기업은 39.5%가, 대기업은 51.4%가 그렇다고 했다.”(<한겨레> 10월28일치 경제면)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대기업 정책은 필요없다 놔두면 알아서 잘한다 필요한 건 중소기업 정책이다 했다. 중소기업 정책이 중소기업 발전 정책이라면 필요한 거 지당하고, 중소기업 정책이 대기업 정책과 분리되어 있을 수 있다는 개념이라면 천부당만부당이다. 우리 중소기업은 수십년 동안의 대기업 우선 정책 속에 그 하청기업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러니 제대로 된 중소기업 정책은 제대로 된 대기업 정책에서만 가능하다.(대기업 더 지원 육성해서 떡고물/낙숫물 늘려 준다는 발상에서 벗어나길. 규제·감시·‘나와바리’ 관리도 있다.) 대기업이 자기네 사원들은 물론 연결된 중소기업과 그 노동자들의 생존까지 좌우한다는 것을 대기업과 정부는 얼마나 진지하게 인지하는지?

재벌/대기업은 국민경제에 부담과 책임을 느껴야 한다. 국가의 온갖 보호와 특혜 속에 자란 그들에게 국민/국가는 얼마간의 희생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어느 기업이 얼마나 많은 신규채용을 하는지, 어디가 비정규직 비중을 높이는지, 어디가 ‘협력업체’를 리스크 먹어 주는 하마로 여기며 불공정거래를 일삼는지 예의주시하고 순위 발표라도 하라. 투자할 곳 못 찾아 쌓아둔 돈의 일년치 은행이자를 기업에서 헌납받아 일본처럼 가구당 50만원씩 (우리는 밑에서부터 되는 만큼) 나눠주든가. 말뿐인 국민단합, 새털 하나 모을 수 없다.

김미영 고려대 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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