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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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는 다수 득표자가 이기는 게 상식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투표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며칠 전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반면 2000년에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보다 총득표에서 54만표나 앞섰으나 선거인단에서 5명이 뒤져 패배했다. 지루한 법률 공방 끝에 부시는 선거인단 25명이 걸린 플로리다주에서 투표자의 0.009%인 537표를 앞선 것으로 인정받아 대통령이 됐다. 미국 투표 방식의 결함이다. 지난 7월 처음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15.4%였다. 공정택 후보는 이 중 40.1%, 곧 전체 유권자의 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게다가 그는 25개 구 가운데 17곳에서 주경복 후보에게 뒤졌다.
득표율 논란을 잠재울 가장 유력한 방법은 상위 2명이 결선투표를 치러 과반수 득표자를 가리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절차가 명쾌한 장점이 있다. 모든 후보가 일대일로 맞겨뤄 선호도가 높은 쪽이 당선되는 투표도 있다. 이른바 콩도르세(Condorcet) 방식이다. 후보마다 등급 점수를 매긴 뒤 이를 합쳐 당선자를 가리기도 한다. 보르다(Borda) 방식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다양한 투표제도를 평가하기 위한 9가지 기준을 설정했는데,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는 투표제도는 하나도 없었다. 완전한 투표 방식은 아직 없다.
이상하게도 논란 속에 당선된 후보일수록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부시가 그랬고 공정택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당선된 만큼 열렬 지지자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투표 방식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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